대통령실도 이를 의식한 듯 독서 목록 공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8일 기준 이재명 대통령이 휴가 중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독서와 영화 감상’이 휴가 기간의 재충전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그 목록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독서를 통해 정책 기조를 뚜렷하게 드러낸 인물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2017년 여름휴가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명견만리’를 읽었다고 밝히며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미래 예측, 공공의 역할, 사회적 연대 등을 다뤘다. 당시 정부가 내세운 ‘사람 중심의 경제’와 방향을 같이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른 책도 함께 읽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잘 알려졌듯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이다. 김성동 작가의 ‘국수(國手)’는 조선 말기 임오군란부터 동학농민운동 전야까지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북한의 일상을 조명한 진천규 작가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까지 더하면,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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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용적 독서를 즐겼다. 휴가철에 읽은 책들 대부분이 전략과 효율, 국가 경영에 초점을 맞춘 저서였다. 2009년에는 청와대 참모들에게 리처드 탈러의 ‘넛지’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정책 설계의 원리를 다룬다.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즐겨 읽은 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로마 건국에서 멸망까지의 역사를 다룬 이 시리즈는 리더십과 국가 운영의 본질을 고민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전 대통령에게 독서는 사색이라기보다 업무의 연장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서 목록에서는 지적 탐구의 흔적이 짙게 묻어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주5일 트렌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등은 사회 변화와 구조 개혁에 대한 관찰과 사유가 중심이다. 그는 독서를 통해 복잡한 현실을 성찰하고, 새로운 정치 담론을 고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독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폭넓은 독서를 즐겼다. 휴가 중에도 ‘지식자본주의혁명’, ‘맹자’, ‘불확실성의 시대’ 같은 책을 읽으며 정치, 경제, 철학을 넘나들었다. 그의 독서는 국정 운영의 이념적 기반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시대정신의 근간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서 행보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독서 목록을 직접 밝히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2015년 여름 ‘한국인만 모르는 대한민국’을 읽고 국무위원들에게 추천한 적이 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장점을 조명한 이 책은 ‘문화강국’이라는 국정 메시지와 맞닿아 있었다.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읽고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기술 중심의 미래 전략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상징적 행보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휴가 중 독서 활동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당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독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고, 대통령실은 “평소에도 수시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그가 재임 중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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