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현비 기자] 경남 해상 가두리 양식장 어민들이 기록적인 고수온으로 인한 대량 폐사 피해를 막기 위해 양식어류 치어를 선제적으로 바다에 방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민들의 이러한 자구책은 매년 여름철 반복되는 고수온 피해와 씨름하는 우리 수산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이상 기후로 인한 해양 환경 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지난 8일, 고성군을 시작으로 통영, 거제, 남해 등 경남 해역 양식장 20곳은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 쥐치, 숭어, 넙치 등 치어 약 158만 마리를 폐사 전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는 국립수산과학원이 경남 모든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폐사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경남도는 방류 어가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섰다.
이러한 선제적 방류는 지난해 경남 지역에 62일간 이어진 고수온 특보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다. 당시 최고 수온이 30도 가까이 치솟으면서 양식어류 2,460만 마리를 비롯해 멍게, 전복 등이 대량 폐사했고, 역대 최대 규모인 66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 고수온 폐사의 원인과 환경 문제의 연결고리
양식어류가 고수온에 폐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산소 부족'과 '생리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 물속에 녹아있는 용존 산소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조피볼락과 같은 어류는 수온 28도를 넘어서면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할 위험이 커진다. 또한, 고온 환경은 어류의 신진대사를 비정상적으로 항진시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이러한 고수온 현상은 결국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과 직결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해양의 열 흡수량이 증가하고, 이는 연안 해역의 수온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뜻해진 바다는 고수온 주의보 발령 기간을 늘리고 수온 상승 폭을 키워 양식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노력
경남도는 고수온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어민 자부담 보험료에 대한 지방비 지원율을 60%에서 올해 70%로 확대한 결과, 재해보험 가입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 이는 어민들의 피해를 보상하는 중요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다. 해양 생태계 변화는 단순히 어민들의 피해를 넘어,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고수온에 강한 품종 개발, 순환 여과식 양식 기술 도입 등 스마트 양식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이 동반될 때만이 어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경남 어민들의 눈물겨운 '선방류'는 우리 모두에게 기후변화의 위기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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