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했다고 사용자?"…노란봉투법 6개 지뢰밭[슬기로운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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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했다고 사용자?"…노란봉투법 6개 지뢰밭[슬기로운회사생활]

이데일리 2025-08-09 08:59: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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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최로 ‘반기업법(상법, 불법파업조장법) 문제점과 향후 대응 긴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 이번 회 <슬기로운회사생활> 에서는 최근 논란이 뜨거운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관련, 중앙노동위원회 판정과 법원 판결을 토대로 원청업체를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사용자’로 판단한 기준을 정리해봤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경영계 반발이 거세다. 개정안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 직접 고용 관계가 없어도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도 할 수 있게 했다.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원청과 하청 간 법적 책임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계약질서를 훼손하고, 기업 활동에 지속적인 소송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로 봐야한다는 판단은 노랑봉투법이 시작이 아니다.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업체에도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정과 판례를 여럿 내놨다.

농협(농업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일하는 납품업체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농협의 지휘·감독을 받은 경우, 농협을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2006년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법원은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근로기준법 제32조, 제36조 소정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랑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문구를 추가해 사용자 정의를 확장했다.

문제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행위가 무엇이냐다.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만큼 법 시행 이후 단체교섭 요구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결국 노사가 모두 법원으로 쫓아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 시행 이전에 정부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래는 지금까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문, 법원 판례 등을 토대로 다현로앤컨설팅 노무법인 송현미 노무사의 자문을 받아 만든 체크 리스트다. 아래 서술한 항목에 해당사안이 있다면 사용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1. 원청이 하청 인력의 업무 방식이나 근로시간을 지시한 적 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업무 수행에 직접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작업 내용, 시간, 장소 등을 원청이 사실상 결정한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시간·업무 내용을 직접 지시하거나 작업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경우,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중노위 판정례도 ‘작업지시서, 근태관리시스템을 원청이 운영’하여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된 경우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2. 원청이 하청업체가 지급하는 수수료나 임금체계에 관여한 적 있다.

△하청 근로자의 임금이나 수수료 체계에 원청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원청이 하청 인건비 산정 구조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거나, 하청과의 단가 계약 시 임금 항목을 상세히 규정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다.

3.원청이 하청업체의 채용·인사·징계 등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

△하청 노동자의 채용, 해고, 징계, 포상 등 인사 권한에 원청이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경우,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중노위 및 고등법원 판례에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 채용 여부에 ‘승인권’을 갖거나, ‘부적격자 퇴출 요구’ 등을 행사한 경우 사용자로 판단할 중요한 근거로 들었다.

4. 원청의 계약 해지가 하청 근로자 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하청업체의 매출액 중 원청업체 비중이 높아 원청과의 계약이 해지되면 하청업체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하청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진다면, 원청이 고용 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도 ‘경제적 종속성은 사용자성 판단의 보조적 요소’로 인정했다.

5. 하청 근로자에 대한 평가나 교육을 원청이 주도한 적 있다.

△물류센터나 제조업 현장에서 원청이 ‘업무 매뉴얼’을 직접 교육하고 평가 시트를 운영하는 경우, 또는 원청이 직접 교육자료를 배포하거나 평가 기준을 설정해 하청 근로자 업무평가에 관여한 경우 실질적 사용자로 볼 여지가 커진다.

6. 하청업체 변경 시 동일한 근로자가 그대로 재배치되는 구조다.

△하청업체만 바뀌고 동일한 장소·업무·인력이 유지되는 구조라면 파견·도급 계약을 가장한 ‘불법 사내하도급’으로 볼 여지가 있어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서비스 사건 등에서 법원은 이 같은 구조를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서술한 체크 리스트는 공통적으로 원-하청사간의 힘의 균형이 원청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례들이다.

대기업들이 단가 인상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정 쏠림을 줄이고 협력사 물량을 분산해 ‘실질 사용자’로 판단될 위험을 낮추는 고육책을 고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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