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한국 의상과 무속신앙까지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저승사자를 모티브로 한 ’사자보이즈‘가 그 예가 되겠습니다. 이제는 특정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닌 글로벌 대중 문화의 한 줄기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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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뿌듯한 이유
우리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이유는 과거 10여년 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은 종종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이미지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제대로 된 한국어 대사만 나와도 국내에서 화제가 될 만큼, 그 전까지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했습니다.
한 예로 2013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월드워Z’를 들 수 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싱글차트 2위까지 오른 뒤 딱 1년 후에 공개된 이 영화에서 한국은 ‘오지의 나라’입니다.
우선은 좀비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한국으로 지목한 점입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중국인데 영화 제작 과정에서 바뀐 것이죠. 또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나온 평택이 굉장히 낙후된 지역처럼 묘사됐다는 점이죠.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 한국을 배려하거나 정확하게 묘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이와 같은 경험을 떠올려 보면 최근 K콘텐츠가 글로벌 무대에서 독립적인 매력으로 인정받는 현상은 단순히 인기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 한국이 직접 서사의 주체가 되고, 한국의 것이 ‘글로벌 코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은 우리 국력이 신장된 덕분이지만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글로벌 플랫폼에서 유통된 요인도 큽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적었던 2009년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원더걸스는 미국 현지에서 자신들의 노래를 알리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빌보드 수위에 오르는 등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한국 톱가수의 현실이었던 것이죠.
허나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우리 가수들의 음원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이나 케데헌은 그 중 하나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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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앞날은 여전히 어렵다
다만 이런 글로벌 플랫폼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는 점이죠.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제작 지원을 받는 콘텐츠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OTT 진출에 따른 제작비 상승은, 이를 감당하기 힘든 국내 제작사들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렸습니다.
지난해 12월 KoBPRA 웹진에 실린 ‘2024 국내 미디어 시장’(유건식 성균관대 초빙교수)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 편수는 매년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2022년 141편, 2023년 123편, 2024년에는 107편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25년인 올해도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드라마 제작 업계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영화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멀티플랙스인 CJ CGV나 영화·드라마 제작사인 CJ ENM이 느끼는 위기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유튜브, 넷플릭스 등 모바일 기반 영상 플랫폼으로 콘텐츠 유통의 축이 옮겨졌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는 지상파, 영화는 국내 멀티플랙스 대기업이 사실상 독점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10여년 전과 분명 달라졌습니다.
이른바 ‘승자독식 시장’의 전형적인 상황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플랫폼이 커질 수록 더 많은 시청자, 투자, 인재가 몰리게 되는데, 그렇지 못한 국내 플랫폼은 소외되는 것이죠.
그나마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티빙’, ‘웨이브’, ‘왓챠’ 같은 토종 OTT들인데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점적 플랫폼이 존재하면서 생기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xternality)’ 때문인데, 그 밑의 국내 제작사들까지 연쇄적인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뭣이 중할까?
사실 한류 위기론은 1990년대 후반 대중가요 그룹 ‘클론’이 대만에서 성공을 했을 때,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을 때부터 나왔습니다. 오래된 걱정이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더 잘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지난 10여년 동안 방송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계속 됐습니다. OTT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기존 방송사, 영화 유통사들이 힘을 잃은 것 하나의 현상입니다. 그 결과는 대만이나 홍콩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만은 1990년대까지 지상파 방송사 중심의 강력한 콘텐츠 유통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판관 포청천’ 같은 드라마는 한류 이전에 먼저 동아시아 시장을 휩쓸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경쟁력을 잃고 한국 드라마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안정적인 유통 구조, 자본조달, 인력시스템 등이 붕괴되면서 콘텐츠 제작 여건 또한 악화된 이유가 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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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방송 제작사들은 다채널 시대까지는 잘 적응했으나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서는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데 그 중심이 외국계 OTT가 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시장의 변화를 정치권에서 뒤집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예컨대 토종 OTT 진흥법을 만든다고 해도 넷플릭스를 이기기는 힘들죠. 다만 한국 콘텐츠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게 고민을 해볼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K이니셔티브를 대선 후보 시절에 외쳤던 만큼 이를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방송3법처럼 공영방송사의 사장 세우는 법 개정도 중요합니다. 허나 그것에 우리 국회가 집중하고 공을 들인 만큼 방송 콘텐츠 제작사들의 제작 환경 혹은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작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 ‘곡성’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 “뭣이 중헌디”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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