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2·3 비상계엄’ 때 지시를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에 대한 ‘특진’을 포함한 포상을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불법 부당한 지시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간부들에 대한 특진을 추진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입니다.
이에 각 군은 국방부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 진행 중이던 영관급 장교 진급 심사를 미뤘습니다. 대령 진급 발표 시기도 당초 9월 19일에서 26일로 조정됐습니다. 장성급 장교 진급의 연기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종종 있었지만, 군의 핵심지휘관들인 영관급 장교 진급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앞서 소령 진급 발표는 7월 4일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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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른바 헌법수호 장병 포상 추진은 침체된 군 사기를 제고하고 헌법 수호의 표본으로 삼겠다는 취지이지만, 오히려 군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제때 군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 부대는 보직 심의에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군은 진급 공석을 판단하고 당사자들로부터 희망 보직을 받아 심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진급 심의 자체가 지연되다 보니 보직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진급 대상자 뿐만 아니라 보직 변경 희망자나 보직 변경 예정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게다가 12·3 비상계엄 관련 공로로 특진하는 인원들에 대한 경계심도 상당합니다. 안그래도 바늘 구멍인 진급 경쟁에서 진급 정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자신의 진급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중령 진급 경쟁률은 해마다 6:1을 넘어섭니다. 대령 진급 자리는 더 적어 매년 320개 안팎의 정원을 두고 10~15:1의 경쟁률을 기록합니다.
또 이번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부대들이 대부분 수도권 소재이기 때문에 이들 장병에게 포상 기회가 집중된 편향적 인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정상적’ 심의를 했다고 해도 뒷말이 나오는 진급 업무를 이같이 진행할 경우 편가르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사실관계 확인 자체도 매우 어렵습니다. 평소 임무수행 태도가 ‘소극적’인 장병인지 아닌지의 여부도 확인해야 하고, 실제 ‘적극적’으로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았는지를 치밀하게 따져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간 조직에서도 승진이 중요하지만, 군에서의 진급은 절대적입니다. 모든 직업 군인의 꿈이자 희망입니다. 진급이 안되면 조기에 강제 전역을 해야하기 때문에 군인들은 진급에 목을 맵니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했던 고위 지휘관들이 별 하나 더 달아보겠다고 불법 계엄을 ‘수명’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포상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군에서 진급이라는 가치를 생각할 때 특진과 이에 따른 군 인사 변경은 군심(軍心)에 역행하는 처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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