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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사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현장 혼란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정책을 집행하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물론 감시 기능을 소홀히 한 국회 상임위까지 모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고교학점제는 적성·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을 이수한 뒤 192학점이 쌓이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을 신장하고 진로를 설계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전면 시행했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교육 공약이었던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2018학년도 3월부터는 전국 105곳의 고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이후 7~8년을 준비했지만 학교 현장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결국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 중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강 의원은 올해 1학기 전면 시행 이후 약 4개월 만에 교육부가 개선안 마련을 예고한 점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며 “대책 마련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다만 “고교학점제를 지금 시점에서 전면 폐기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며 “8년 가까이 준비해 온 정책을 갑작스럽게 뒤엎게 되면 오히려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공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제도 시행 이후 나타난 문제점·부작용 등을 신속히 수정·보완하자는 얘기다.
강 의원은 이화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특수교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교사 출신 국회의원’이다. 교직 생활 중에는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특수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 이후 원광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로도 재직했다. 중등교육과 특수교육, 고등교육을 모두 경험한 교육 전문가인 셈이다.
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정성국(국민의힘)·백승아(더불어민주당) 의원, 교원 3단체(교총·전교조·교사노조)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사 출신 국회의원과 대표적 교원단체가 모두 모여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강 의원은 “그만큼 학교 현장의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점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촉구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학교 현장의 불만과 절박함이 분출되고 있어 긴급히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교원 3단체가 발표한 고교 교사 4162명 대상 설문 결과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 교사의 78.5%가 2개 과목 이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수업의 질적 저하는 물론 과목별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작성 부담이 상당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해당 설문조사에선 향후 학생부 작성 개선 방향(복수 응답)에 대해 79.7%가 세특 기록 분량 축소를 요구했다.
특히 고교학점제 하에서 시행 중인 ‘최소 성취 수준 보장제(성취수준보장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컸다. 이는 학생들의 과목 미이수를 막기 위해 보충지도 등을 하도록 독려하는 제도이지만 교사들은 교육적 효과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충지도를 원치 않는 학생들을 억지로 지도해야 하는 탓이다. 보충지도 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행평가 비중을 늘리거나 점수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등의 부작용도 거론되고 있다.
강 의원은 “성취수준 보장지도를 해 본 교사 중 무려 97%가 학생 성장에 긍정적 효과가 없다고 응답했다”며 “이는 수업이나 평가가 형식적인 운영에 치우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성취율이 낮은 학생들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교사에게만 지우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강 의원은 “대부분의 성취율 미도달 학생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기부터 학습 결손이 축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갑작스럽게 성취 수준 달성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교사 개인에게만 맡겨놓지 말고 기초학력 부족 학생들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사가 소설가냐’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세특 분량에 대해서도 감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들은 학생부 작성 지침에 따라 학생 1인당 500자(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4매) 이내로 과목별 세특을 작성하면 되지만, 분량이 적으면 학부모로부터 민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세특이 주요 전형 요소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교사들의 실질적 업무 경감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지 업무량 문제가 아니라 고교학점제 운영의 효율성과 수업의 질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교사들의 업무 부담 경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교사·학생·학부모·대학교수 등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자문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고교학점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학생, 학부모, 교원 등 실제 교육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야 한다”며 “교원뿐만 아니라 학생들 목소리도 경청하고 교육부 내 고교학점제 전담 조직도 반드시 신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교학점제의 실제 운영 현실을 반영한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며 “고교학점제 하에서는 다양한 과목 개설, 소규모 선택 수업, 학생 맞춤형 지도, 이동 수입 등이 가능해야 하는데 기존의 교원 수급 방식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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