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추경에 198억원 편성…도의회서 비판 목소리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도가 민생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답보 상태에 빠진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예산 198억원을 편성해 논란이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8일 제441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3천933억원 규모의 '2025년 제2회 제주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했다.
이날 심사에서 행자위 위원들은 제주도가 민생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 정부 국정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편성했다던 추경안에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청사 리모델링과 행정 시스템 구축 예산 198억원을 편성한 점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하성용 의원(서귀포시 안덕면)은 "읍면동 소규모 주민 숙원 사업 예산은 대부분 감액됐는데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예산은 198억원이나 편성됐다"며 "국정과제에 행정체제개편이 포함될지, 행정안전부가 주민투표를 실시할지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198억원을 덜컥 편성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강상수(정방·중앙·천지·서홍동) 의원은 "같은 민주당끼리도 행정체제개편을 두고 엇박자를 보이는 데 정부에서 이를 수용하겠느냐"며 "행정체제개편이 목표대로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도의회가 198억원 예산을 승인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남근 의원(비례대표)은 "제주도는 이번 추경안 제출 당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되거나 사고 위험에 노출된 도로·시설물 수리 등 시급한 사항에 우선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한 예산이 얼마나 배정돼 있냐"고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자 "가장 중요한 사안임에도 예산이 얼마나 투입됐다고 얘기를 못 하는데 무슨 민생경제를 말하고 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호형 위원장(제주시 일도2동)도 "올해 본예산에 이미 기초자치단체 설치 예산 24억원이 편성돼 있는데 집행률은 20%가 채 안 된다"며 "어떤 말로도 변명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양기철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그만큼 중요하고 절박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예산을 편성하게 됐다"며 "국정과제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체제개편이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대안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제가 답변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제주도는 내년 7월 민선9기 출범 때 도입을 목표로 법인격과 자치권이 없는 현 행정시를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로 개편하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오영훈 지사와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은 제주시를 동서로 분리하는 데 반대하며 일명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하는 등 엇박자를 드러냈다.
또 제주도는 행정안전부에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해 답을 기다리고 있으나, 최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행정구역을 2개로 할지 3개로 할지 지역에서 의견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 5일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행정구역에 대한 의견 차이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며 의회가 주체가 돼 기초단체 3개·2개 안에 대해 여론조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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