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현비 기자]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가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를 구조했다는 소식은 따뜻한 미담인 동시에, 환경 변화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붉은바다거북이 제주도 해안에서 발견된 것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이상 기후와 해양 환경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에서 등갑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된 붉은바다거북은 길이 70cm, 무게 20kg의 성체로 추정된다. 해경과 안전요원의 신속한 조치로 구조된 거북은 현재 전문 치료 기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거북이 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제주 해역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해류 변화와 서식지 파괴가 이들을 먼바다로 내몰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어종들이 북상하면서 기존 토착 어종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해양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붉은바다거북의 발견은 단순히 한 해양 생물의 표류를 넘어, '아열대화' 되고 있는 한반도 바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붉은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자 해양수산부의 보호 대상 해양생물이다. 이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산호초 백화 현상 등 서식지 파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은 이들의 산란율에도 영향을 미쳐 개체수 감소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번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해양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전문가들은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과 함께, 개인의 일상 속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붉은바다거북이 제주 바다에서 발견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이는 우리에게 던지는 지구의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 제주 바다가 더 이상 붉은바다거북에게 슬픈 표류의 종착역이 아닌, 안전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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