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로스앤젤레스(LA)를 연고로 하는 두 축구팀 LAFC와 LA갤럭시의 맞대결은 LA 더비 혹은 ‘수퍼클라시코(SuperClasico)’로 불린다. 전자는 평범한 이름이고, 후자는 LAFC 창단 이전에 LA에 있던 치바스USA(2014년 해단)와 LA갤럭시의 라이벌리에서 파생된 나름 유서 깊은 명칭이다.
그러나 LAFC와 LA갤럭시 경기는 앞선 두 이름보다 ‘엘 트라피코(El Tráfico)’라는 이명으로 더 유명하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교통’이고, 의미를 더해서 쓰면 ‘교통체증 더비’가 되겠다.
‘엘 클라시코(El Clasico)’를 차용한 건 수퍼클라시코나 엘 트라피코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퍼클라시코가 마치 ‘데어 클라시커(Der Klassiker, 바이에른뮌헨과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맞대결)’처럼 아류작 느낌이라면, 엘 트라피코는 마치 한국 야구판에서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를 부르는 멸칭처럼 팬들이 만든 언어유희 느낌이 강하다.
엘 트라피코가 팬이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 건 정말로 팬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음알음 퍼지던 명칭이 영향력 있는 팬 계정을 통해 공식화된 케이스다. 2018년 3월 LA갤럭시의 팬 블로그 ‘LAG컨피덴셜’은 소셜미디어(SNS) 계정으로 LAFC와 LA갤럭시 경기를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 투표를 진행했다. 이 때 LA 전투, LA 더비, 할리우드 더비, 110 전투 등 쟁쟁한 후보들 틈에서 51% 지지율로 뽑힌 이름이 바로 엘 트라피코다.
엘 트라피코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은 데에는 LA의 살인적인 교통체증이 한몫을 했다. LA는 고속도로여도 하루종일 차가 막히는 걸로 유명하다. 상기한 110 전투의 110번 고속도로는 물론 LA 주요 고속도로 모두 넘쳐나는 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그 중 가장 악명이 높은 405번 고속도로는 지나가는 데 4, 5시간이 걸린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있다. LA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라라랜드’ 도입부가 교통체증으로 시작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LA 시민이라면 누구나 겪는 곤경을 웃음으로 승화한 엘 트라피코는 빠르게 인기를 얻어 LA 더비를 대표하는 말로 정착했다. 관련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무리 냉소적인 사람이라도 딱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가히 매력적이고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MLS 측에서 ‘LA갤럭시와 LAFC 팬들의 지지를 고루 얻었다’라고 표현한 것과 달리 LAFC 팬들은 한동안 엘 트라피코라는 별칭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애초에 LAG컨피덴셜이 LA갤럭시에 편중된 곳이었기에 LAFC 팬들의 의견까지 반영됐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LAFC 내부 임원진은 물론 서포터즈 그룹 ‘3252’ 등은 엘 트라피코에 꾸준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왔다. 다만 현재는 엘 트라피코가 너무도 익숙해진 탓에 LAFC도 해당 명칭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용한다.
이번에 손흥민이 LAFC로 이적하면서 축구팬들도 LAFC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MLS도 손흥민이 이적한 LAFC에 대한 특집 기사를 발표했다. 여기서도 LAFC와 LA갤럭시의 라이벌리는 엘 트라피코로 표현됐다. 시작은 한 팬의 재치에서 비롯됐지만, 이제 엘 트라피코는 한 더비를 대표하는 명칭이 됐다.
손흥민은 오는 10일(한국시간) 시카코파이어와 리그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엘 트라피코는 이번 시즌 더 이상 예정된 경기가 없어 손흥민이 더비를 치르는 건 내년이 돼야 볼 수 있다.
사진= LAFC, LA갤럭시 인스타그램 캡처, LAG컨피덴셜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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