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려는 이유는 트럼프야말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를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푸틴 전문가와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가 영토 일부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막고 나토의 확대를 저지하는 등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평화협정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전문가들은 또 그런 푸틴의 목표를 가장 잘 실현해줄 수 있는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라고 설명한다.
바로 푸틴이 트럼프를 달래고 미국과 관계가 단절되지 않게 조심하는 이유다.
러시아의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푸틴이 트럼프를 평화 전환의 자산으로 남겨두고 싶어 한다. 러시아가 제시한 조건을 달성하려면 트럼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트럼프와 만남 희망
푸틴은 지난 1월 트럼프에 대해 “우리가 만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며, 오늘의 현실을 바탕으로 양국의 관심사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특사가 푸틴을 만난 다음날 러시아가 푸틴과 트럼프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은 이르면 다음 주 열릴 예정이다.
트럼프는 유럽 지도자들에게 자신이 먼저 푸틴을 만나고, 곧이어 푸틴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함께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크렘린 보좌관은 러시아는 3자 회담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푸틴이 젤렌스키와 3자 회담에 동의해야 푸틴을 만날 것이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미는 정상회담 앞서 휴전 의지 보이길 기대
트럼프 정부는 푸틴과 정상회담에 앞서 푸틴이 휴전 의지를 보여주길 기다려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정상회담에 동의한 배경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위트코프 특사와 푸틴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이와 관련 푸틴이 평화 협상에서 점령 영토 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몇 달 동안 미국과 협상에서 러시아는 자신들이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 전체를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통제하는 지역을 포기하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을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진지하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일부에선 푸틴이 협상 대표들에게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라고 지시했으며 이것이 트럼프와 만남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일 것으로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러시아가 최종 점유할 영토의 크기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 우크라이나 군사력 제한, 친러 정권 수립을 위한 정치적 기반 조성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본다.
◆영토 보다는 지정학적 목표 달성이 중요
카네기 모스크바 유라시아 센터 타티야나 스타노바야 선임 연구원은 “푸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토가 철통같이 약속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군사력을 구축하지 않겠다는 보장이 필요하며,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자체에 대한 정치적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요구 사항들은 협상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합병을 선언한 4개 지역의 경계선을 공식적으로 획정하지 않았다. 스타노바야는 이 점이 러시아가 영토 문제에서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일부에선 러시아가 합병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 중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교환 대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와 수미 지역의 1719평방km가 그 대상이다.
그러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푸틴이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다시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토, 즉 서방의 보장을 통해서든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치적 변화를 통해서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고 그 다음 상황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영토는 매우 부차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압박 높여도 푸틴 목표 포기 징후 없어
트럼프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푸틴이 강경한 목표를 포기했다는 징후는 없다.
러시아 정부 후원 연구기관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표도르 보이톨롭스키 소장은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므로 푸틴이 협상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일종의 양보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몇 달 더 싸울 수 있으며 더 크고 중대한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노바야는 푸틴이 트럼프의 압력을 받은 젤렌스키가 항복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군이 전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푸틴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생각이라며 푸틴은 “몇 년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 물론 그럴 필요가 없다면 더 좋겠지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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