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피를 흘립니다…" 상처 내면 빨간 진액 흐르는 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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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피를 흘립니다…" 상처 내면 빨간 진액 흐르는 수종

위키푸디 2025-08-08 07:5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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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적도 근처는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다. 하루에도 몇 차례 소나기가 쏟아졌다가 멈추고, 숲은 연신 김이 피어난다. 그 속에 특이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마치 상처 입은 것처럼, 껍질을 벗기면 진한 붉은색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마치 피를 흘리는 듯한 모습이다.

이 나무의 정체는 ‘용혈목’이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인도양 연안에서 자라는 붉은 수지계 나무다. 나무에서 흐르는 진액 때문에 ‘드래곤 블러드 트리(Dragon's Blood Tree)’라는 별명도 붙었다.

칼집 내면 붉은 액체 흐른다… 실제 ‘수액’ 아닌 ‘수지’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용혈목은 백합과 식물로, 일반적인 활엽수나 침엽수와는 전혀 다른 형태를 가진다. 나무라기보다 기둥 같은 줄기 하나에서 가지가 산발적으로 뻗는다. 종에 따라 수형은 우산처럼 퍼지거나 종처럼 축 처지는데, 이는 서식지의 기후나 바람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껍질에 상처를 내면 붉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흔히 ‘피’처럼 보인다고 해 ‘용의 피’ 또는 ‘피의 나무’로 불리지만, 정확히는 수액이 아니라 수지다. 식물이 병충해에 대응하거나 껍질이 손상됐을 때 분비되는 천연 방어물질로, 점성이 강하고 공기 중에서 빠르게 굳는다.

붉은색 수지는 햇빛에 닿으면 검붉게 변하며 점차 굳는다. 수분 함량이 낮아 오래 보존되며, 화학약품이나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특징이 있다. 원산지에서는 이 붉은 수지를 채취해 염료, 향료, 의약품 원료 등으로 활용해 왔다.

아프리카·소코트라섬에서 자생… 고산지대 건조림서 생존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현재 용혈목은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섬, 중동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한다. 특히 예멘 영토인 소코트라섬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용혈목 자생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섬은 독립된 생태계와 높은 고도, 건조한 기후 덕분에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른 식물상이 형성돼 있다.

용혈목은 해발 300~1500m의 고지대, 바람이 강하고 물이 거의 없는 바위 지대에서 자란다. 잎은 대부분 가지 끝에만 달리며, 긴 잎이 촘촘히 모여 우산처럼 펼쳐진다. 이 독특한 수형 덕분에 아침 이슬을 모아 뿌리로 흘려보내는 ‘수분 포집기’ 기능도 한다.

토양이 척박하고 강수량이 적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장 속도는 느리고, 수명은 길다. 보통 100~300년 정도 생존하며, 일부 개체는 5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하며, 온도나 습도 변화가 크면 성장 자체가 멈추기도 한다.

수천 년 전부터 약용·염료로 사용… ‘용혈수지’란 이름으로 유통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용혈목 수지는 고대부터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중세 유럽에서는 ‘용혈수지’로 불리며 상처 치료와 지혈, 소화불량 치료에 사용됐다. 아랍권에서는 향료나 방부제, 인도에서는 종교의식에 쓰는 염료로 활용됐다.

중국과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도 한약재로 거래됐는데, 통증 완화·항균 작용이 있다는 전통적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서는 뚜렷한 효능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약품 사용은 제한된다.

유럽에서는 18세기 이후 가구·악기·가죽 염색에 널리 쓰였다. 붉은 색감이 선명하고 오래 유지돼, 고급 장식품의 코팅재나 바니시로 이용됐다. 일부 향수 브랜드에서는 ‘드래곤 블러드’라는 이름으로 원료에 포함되기도 한다.

현재도 인터넷에서는 ‘천연 드래곤 블러드 수지’라는 이름으로 소량 유통되며, 향초나 인센스 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멸종위기 후보종… 씨앗 발아율 낮아 복원 어려움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용혈목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용혈목은 현재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취약'등급의 희귀 식물이다. 환경 변화와 남벌, 가축 방목, 관광객 증가 등으로 자생지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소코트라섬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지만, 극심한 가뭄과 기후 변화로 새싹이 거의 나지 않는 상태다.

씨앗 발아율도 낮다. 1년에 한 번, 매우 한정된 조건에서만 씨앗을 맺고, 발아 성공률은 5% 이하로 보고된다. 또 다른 문제는 뿌리의 민감성이다. 이식이나 옮겨심기에 취약해 복원 작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일부 보존단체에서는 실험실 배양을 통해 유전자 보존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에는 자연 상태에서 자생하지 않는다. 일부 식물원에서 관상용으로 제한적 보존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후 조건상 실외에서 재배는 불가능하다. 극도로 건조하고 온난한 환경이 필요한 만큼 국내 도입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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