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한류(K-컬처)가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동력 삼아 K-팝, K-드라마, K-뷰티 등 다양한 영역의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북미 시장으로 진출,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며 글로벌 경쟁력 시험대에 올랐다.
7일 틱톡과 브랜드 컨설팅 기업 칸타르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K-컬처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0억달러(105조원)에 이르며 2030년까지 1430억달러(198조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틱톡 이용자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 음악, 요리,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동남아시아 사용자 10명 중 7명이 K-푸드와 K-뷰티 관련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해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미국 내 BTS, 블랙핑크 등 K-팝, 넷플릭스를 통한 K-드라마, K-뷰티 트렌드가 주요 유통 플랫폼과 연계해 확산을 주도한다"고 분석했다. 틱톡 내 한류 관련 영상, 해시태그, 챌린지들이 수억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K-뷰티, K-푸드 등 제품 카테고리별 인지도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한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트렌드로 안착한 것이다.
해외 소비자들의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해외로 진출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북미 내 K-컬처 접점을 점차 다양화하는 중이다. 음악, 드라마, 뷰티 콘텐츠를 각각 플랫폼화해 북미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고 현지 소비자 성향과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언어, 콘텐츠 형식, 서비스 운영 방식을 최적화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에 집중, 콘텐츠 수출을 넘어 K-컬처의 일상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플랫폼 기업들은 북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한류 확산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KCON LA는 아마존 뮤직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북미·남미·유럽 등지에서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했다. NCT 127, 에스파, 화사 등 K-팝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5900만명 이상의 팬덤을 온·오프라인으로 끌어들였다. KCON은 공연 외에도 K-푸드, K-패션, K-코믹스 전시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주최한 ‘K-스토리&코믹스 인 아메리카’도 KCON LA와 연계했으며 10개 국내 콘텐츠 기업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바이어들과 1570만달러(209억원) 상당의 수출 상담을 진행,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K-뮤직 플랫폼 중 주목받는 기업은 글로벌 디지털 악보 거래 플랫폼 ‘엠피에이지(MPAG)’다. K-팝을 포함한 50만개 이상 국내외 디지털 악보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서비스인 ‘마이뮤직시트’는 20개 언어와 50개 화폐를 지원하고 다국어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등 국적과 언어에 관계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글로벌 서비스 구조를 갖췄다. 엠피에이지는 전 세계 400만명 이상 이용자를 확보, 전체 매출 7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창출해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입증했다.
북미는 엠피에이지의 핵심 시장이다. 마이뮤직시트 전체 이용자 중 북미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다. 북미 현지 사용자 환경에 맞춰 달러 기반 결제 및 정산 시스템 등 현지화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사용성을 크게 개선했다. 현지 저작권 단체와의 계약을 통해 플랫폼에 참여한 뮤지션 1인당 월 평균 수익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수익과 편의를 제공하는 구조가 북미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엠피에이지는 글로벌 시장 신뢰도 강화를 위해 국내외 저작권 단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저작권 보호는 물론 투명한 콘텐츠 정산 시스템 구축을 인정받아 북미 사용자들의 플랫폼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엠피에이지는 국내 R&D 성과와 글로벌 시장 진출 역량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의 ‘포스트-팁스(Post-TIPS)’ 지원 대상으로 선정, 추가 연구개발 자금을 유치했다. AI를 이용한 실시간 음정·악보 인식, 다양한 장르 지원 등 기술경쟁력을 발판 삼아 미국, 유럽 등지에서 창작자 커뮤니티·음악교육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서비스를 강화하는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Vigloo)’는 지난해 7월 서비스 론칭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라이선스해 전 세계 8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로맨스·스릴러·코미디·예능 등 여러 장르 콘텐츠들을 한 회당 2분 내외로 제작·제공 중이며 각국 시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작 전략을 구사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현지 작가로부터 시나리오를 직접 소싱하고 제작사와 긴밀히 협업, 미국 시장에 적합한 스토리텔링을 세로 형식 콘텐츠로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K-콘텐츠 열풍으로 검증된 한국 콘텐츠 노하우를 토대로 성공적 시장 안착에 힘쓰고 있으며 오리지널 시리즈 ‘복서의 순정’, ‘카우보이 도련님의 숨겨진 신부’, ‘백만장자와 오피스 스캔들’, ‘웨딩 플래너의 사랑’ 등 미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재벌 서사나 판타지, 스포츠물 장르가 북미 포함 글로벌 권역에서 인기 순위에 랭크되고 있다.
비글루는 올 연말까지 약 100편의 미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글루 미국 사업 관계자는 “현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비글루가 보유한 콘텐츠 노하우 및 현지 제작사들과의 밀도 높은 소통으로 앞으로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 모두 늘려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K-뷰티 플랫폼 선두주자는 화해다. 화해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영어 페이지 론칭 후 불과 2개월 만에 미국 중심으로 월간활성사용자(MAU) 10만명, 6개월 만에 3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사용자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유입되고 있으며 카테고리별 코스메틱 랭킹·인증 리뷰·성분 분석·화해 어워즈 등 한국판 인기 서비스 모델을 현지화해 영어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실사용자 리뷰와 데이터 기반 제품 추천, 대규모 화장품 데이터베이스(37만개 품목, 900만 리뷰)는 현지 K-뷰티 수요층 신뢰와 호응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도입에 이어 연내 자체 B2B 글로벌 유통망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K-컬처 플랫폼의 B2B 협력 확대, 현지 마케팅 및 스타트업 생태계 연결은 한류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컬처는 플랫폼을 통해 현지 소비자 일상 깊숙이 스며 들고 있으며 콘텐츠 제공 외에도 어떻게 경험하게 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국가별 특성과 이용자 니즈를 반영한 현지화된 플랫폼 전략이 시장 안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