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시리즈] AI격변시대 삼성은 살아 남을 것인가?
[목차]
1) 왜 지금 삼성에 주목해야 하는가
2) 글로벌 미디어·연구소들이 보는 삼성의 추락
3) 삼성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4) 삼성의 위기 돌파전략의 대해부
5) 삼성이 일본기업을 연구하는 이유
6)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이 기대하는 삼성
7) 정치와 기업의 관계도 대혁신 시대
8) 이재용 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상)
9) 이재용 회장의 새로운 리더십(하)
10) 역경의 한국경제를 도약의 길로 선도
이재용 회장의 'e삼성' 첫 사업장
'주홍글씨 된 역삼동 건물' 모습
역사를 얘기할 때 개연성은 터부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등과 같은 개연성을 들고 나오면 역사의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에서 개연성은 역사를 흐리게 하는 안개와 같은 것으로 터부시해 왔다.
오랜동안 삼성의 역사를 워치해 온 필자는 유독 이재용 회장에 대해서는 이 터부를 떨치고 싶지 않은 궁금증이 남아있다.
‘ 2000년 당시 이재용 상무가 추진했던 e삼성 사업이 성공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글로벌 전자상거래를 상품부터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완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않았을까. 그런데 e삼성은 왜 실패했을까. 이재용에 실패한 경영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게 한 이 실패는 과연 이재용의 능력 탓이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재용의 실패는 이재용 리더십의 실패가 아니라, 삼성문화의 실패였고, 예정된 실패였다.
이제부터 그동안 취재해 온 기억을 되살려 본다.
우선 e삼성의 설립 당시 시장 상황은 어땠는가?
첫째, 인터넷 버블과 벤처 열풍의 시기였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과 관련된 벤처 기업들이 급증하는 시기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IT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기반의 사업 모델을 채택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이 시기는 '닷컴 버블'로 알려진 현상이 일어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인터넷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삼성그룹은 e삼성을 통해 인터넷 사업에 진출하고자 했다
둘째,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내부 정치가 주목된 시기였다. 이재용 상무는 e삼성을 설립하면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그룹 승계의 기반을 마련하려 했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삼성은 건강이 나빠진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인해 내부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고 있었고, 이재용 상무는 e삼성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권 승계의 필요성이 오히려 e삼성의 성공적인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셋째, 기술적 기반 부족과 경쟁 심화가 두드러진 시기였다. e삼성이 설립될 당시, 한국의 인터넷 및 IT 산업은 여전히 기술적 기반이 부족했다. 많은 기업들이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e삼성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했지만, 결국 인터넷 거품이 붕괴되면서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e삼성의 실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재용 상무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e삼성 사업이 실패로 끝난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고, 좀더 구체적인 분석이나 발표가 나온 것은 아직도 없다. 단지 '이재용의 실패'라는 타이틀만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서 삼성전자가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의 경영실적이 어땠는지 두 시기를 비교하여 보면 의미있는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삼성경영이 큰 변곡점을 이루는 시기인 2000년에 e삼성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 산업에 집중하며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아래,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1992년에는 64M D램을 최초로 개발하였고, 1997년에는 세계 최초로 30인치 LCD를 선보였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휴대폰의 경우는 1999년에 무선 인터넷 폰을 개발하며 모바일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 시기에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에서 반도체, 통신기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매출이 급증했다. 1990년대 동안 삼성전자의 매출은 연평균 13.5% 성장하였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고급 전자제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이른바 스마트폰 혁명이다. 2010년부터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갤럭시 S' 시리즈는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 대 이상 판매되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시장에서의 선두주자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전자는 매출 1위 자리를 유지하며, 2022년에는 별도 기준으로 209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1996년의 15조8745억 원과 비교할 때 엄청난 성장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반도체 기술에서도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어냈으며, 2017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반도체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삼성전자의 경영 실적을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로 나누어 비교해보면, 두 시기 간의 변화와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주목할 점은 삼성의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삼성전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질 위주 경영'을 선포하며 품질 개선에 집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반도체와 디지털 가전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증가하였고, 이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체적으로 1990년대말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은 어떤 변화들을 가져왔는가?
이때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은 아시아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조조정의 주요 변화로는 먼저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비핵심 사업 부문의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다운사이징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었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TFT-LCD, 휴대전화, 디지털 TV와 같은 고수익 성장 사업에 진출하는 확장 전략을 추진했다. 이러한 신사업 진출은 삼성전자가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한편 삼성 구조조정본부와 원팀이 된 윤종용 부회장(CEO)의 리더십 하에 삼성전자는 '질적 경영'을 강조하며, 제품, 프로세스, 인력에 대한 혁신을 추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재무 구조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부채 비율을 낮추고, 재무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재무 위험을 줄였다. 이러한 재무 구조 개선은 기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향후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며, 다양한 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한마디로 1990년대말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신사업 진출, 경영 혁신, 재무 구조 개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들은 삼성전자가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이후 글로벌 IT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조본과 삼성전자 출신의 핵심간부들에게 물어봤다. “이재용 상무의 e삼성을 정말 성심성의껏 밀어줬는가?” 답이 돌아왔다. “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이 대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는 데다, 첨단기술개발과 신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그룹 차원에서 끌어 모아야 할 때라서 e삼성은 그저 후순위로 여겼다.우선 삼성을 키우는 게 급선무였다.” , “그러나 삼성 후계자의 첫 사업인 만큼 구조본이 앞장서서 독려하는 모습은 보여야 했다”
2000년이 e삼성 설립과 당시의 혼란한 국내외 경제상황, 삼성그룹의 생존 및 성장전략 등이 한꺼번에 몰린 시기였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의 AI에이전트인 펠로(felo)는 e삼성 실패를 이렇게 분석했다.
‘ 이재용 상무가 추진했던 e삼성 사업은 2000년에 설립되었으나, 불과 1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이 사업은 삼성그룹의 인터넷 및 벤처 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지주회사로, 초기에는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적자와 함께 사라지게 되었다.
e삼성의 실패는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인터넷 거품이 붕괴되면서 투자한 회사들이 적자를 기록하였고, e삼성은 설립 첫해에만 141억 원의 적자를 보였다. 이 상무가 주도한 사업은 결국 삼성그룹에 짐으로 남게 되었고, 2001년에는 e삼성의 지분을 여러 계열사에 매각하게 된다.
둘째, e삼성의 설립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가 모든 사업을 총괄하며,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신사업 기획을 방해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로 인해 내부에서 불만이 커졌고, e삼성이 그룹 전체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셋째, 이재용 상무가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업 시작 10개월 만에 지분을 매각하며 손을 뗀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e삼성의 지분을 제일기획 등 계열사에 고가로 매각하여 개인적인 손실을 피했지만, 이는 결국 삼성 계열사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e삼성의 실패는 이재용 상무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그의 경영 행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은 삼성그룹 내에서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맥락을 드러내며, 이재용 상무가 이후의 경영 전략에서 더욱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
이 펠로의 분석에서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있지만, 삼성그룹 내부의 폴리틱스에 대해선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e삼성의 설립 과정에서부터 내부 정치적 요인은 경영권 승계의 필요성, 내부 갈등, 그리고 정부와의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이러한 요소들은 e삼성의 성공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재용 상무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지금까지 국내외 언론들의 논조를 보면 “그룹 구조본이 사업타당성 검토와 인력배치 등에서 주도권을 쥐고 실질적인 인큐베이터 노릇을 했다. 이재용을 띄우기 위한 그룹 차원의 측면지원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룹 전체 e비즈니스의 독점권을 e삼성에 보장해줄 정도로 전폭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구조본과 삼성전자의 충심어린 지원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사실과 상반된다. 심하게 얘기하면 e삼성은 처음부터 애정없는 사생아 취급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한편 e삼성이 반드시 실패한 사업이었느냐에 대해 재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삼성이 세상에 본격적인 전모를 드러낸 2000년 7월에 오픈타이드코리아, 이누카, 엔포에버, 가치네트, 에프앤가이드, 뱅크풀, 이니즈, 인스밸리 등 8개 법인이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설립됐다. 이보다 앞서 설립된 6개 법인까지 합하면 모두 14개의 인터넷 기업이 생겨났다. 당시 30대 그룹이 설립한 인터넷 관련 기업 27개의 절반을 넘는 숫자다. e삼성이 얼마나 야심찬 프로젝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로부터 4개월 뒤인 2000년 11월, 이재용 상무는 “최근 e삼성의 조직 및 사업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관계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미 본인의 그림대로 안되는 e삼성의 거버넌스에 대해 회의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e삼성 출범 이후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회장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CEO들과 꾸준히 만났다고 한다. 오늘날 이재용 회장의 실리콘 밸리 인맥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됐다고 본다. 그는 당시 e삼성의 국제적 지명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들 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투자유치 등을 추진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당시 이재용 상무가 e삼성의 모토로 삼았던 '금융과 정보통신(IT)의 결합'이 지금의 핀테크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회자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삼성이야말로 핀테크 초창기 모델이고 사실상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그룹의 전직 고위임원 가운데는 “시중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e삼성의 산하에 아이마켓, 오픈타이드 등 비상장 우량 자회사가 많았고, 실제로 게임온, 크레듀 등 몇몇 회사들은 기업공개를 통해 대박신화를 일궈냈다”고 지적했다.
e삼성에서 핵심인재로 발탁되어 그 부침의 짧은 역사를 함께한 전직 간부는 “ e삼성은 예정된 실패였다. 그것은 삼성문화의 실패다”고 단언했다. 대기업군을 이끄는 그룹 경영방식, 제조업의 하드테크 중심사고, 그리고 구조본 주도의 관리경영에서 볼 때 벤처회사 e삼성은 실험 케이스 정도 또는 어느 사업부내의 한 파트에 불과하다. 다시말해 삼성식 경영으론 처음부터 안되는 사업이기에 예정된 실패라는 것이다.
e삼성은 이제 제대로 된 분석 자료조차 남기지 못한 채 오직 실패라는 한 단어에 함몰되어 우리의 시야와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 삼성그룹의 총수 이재용 회장에 실패 경영인이란 족쇄를 아직도 채우고 있다. 4반세기동안 그를 옭아맸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 거침없이 뛰어나가게 해야 한다.
이재용 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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