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휴가철,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는 시기다. 침구나 욕실은 꼼꼼히 청소하는 호텔도 많지만, 정작 손이 가장 자주 닿는 ‘리모컨’ 위생은 소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호텔 리모컨은 변기보다 더럽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침대에 누워 리모컨으로 TV를 켜는 순간, 사실상 변기 안에 손 넣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변기보다 더 더러운 ‘리모컨’
지난 5일 미국 뉴욕포스트가 인용한 휴스턴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9개 호텔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객실 내 TV 리모컨은 욕실 변기 손잡이보다도 세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청소 담당자들이 침구와 욕실, 바닥은 청소하지만, 리모컨은 정리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에서 옮겨지는 피부 박테리아, 기침 등으로 튄 호흡기 분비물, 접촉된 음식물 등 다양한 오염원이 버튼 틈새에 쌓인다. 리모컨은 세척이 어렵고, 플라스틱 재질이라 표면에 세균이 잘 달라붙는 구조적 특성도 있다.
감염 유발하는 병원균 검출 사례도
호텔 리모컨에서 검출되는 세균 중 일부는 감염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균이다. 대표적으로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장구균 등이 있다. 이런 세균은 피부염, 장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
감기에 걸린 투숙객이 기침한 손으로 리모컨을 만졌을 경우, 바이러스는 수 시간에서 수일까지 표면에 남아 감염 전파 가능성을 높인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엔 세균 증식 속도도 빨라, 같은 방을 쓰는 동반자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다.
호텔 위생 지침에서도 소외된 리모컨
리모컨은 외관상 오염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호텔 청소 점검 리스트에서도 종종 제외된다. 음식물이나 체액이 직접 묻지 않는 한 맨눈으로 더러움을 인지하기 어렵다. 중저가 호텔일수록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청소 인력이 부족해지고, 객실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시간에 쫓긴 청소는 필수 항목만 처리하는 식이 된다.
일부 고급 호텔은 위생 커버나 비닐 포장 리모컨을 제공하지만, 대부분은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 리모컨이 그대로 다음 투숙객에게 전달된다. 아무리 호텔 객실이 고급스러워 보여도, 리모컨 하나만으로도 위생 관리는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리모컨 세균 차단하는 간단한 꿀팁
호텔에서 리모컨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싶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비닐봉지’ 활용이다. 투명한 비닐봉지에 리모컨을 그대로 넣은 후 사용하는 방식이다. 세균과의 직접 접촉을 막아주는 일종의 차단막 역할을 하며, 버튼 작동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일회용 위생 장갑을 끼고 사용할 수도 있지만, 리모컨 하나에 장갑을 쓰는 건 번거로울 수 있다. 이럴 땐 위생 랩을 리모컨에 감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호텔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머리망, 일회용 슬리퍼 포장지처럼 작은 비닐도 대체할 수 있다.
사용 전 간단하게 소독하고 싶다면, 호텔에 비치된 손소독제와 면봉으로 소독하는 방법도 있다. 먼저 리모컨에서 건전지를 분리한 뒤, 화장솜이나 휴지에 손소독제를 묻혀 겉면을 닦는다.버튼 사이처럼 좁은 틈은 면봉으로 닦아주면 눈에 안 보이는 오염물까지 제거할 수 있다.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싶다면 여행용 소독 티슈나 휴대용 자외선 소독기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은 카드 크기만 한 휴대용 UV 소독기도 시중에 다양하게 출시돼 있어 여행용 파우치에 넣어 다니기 편리하다.
리모컨 말고도 주의할 물건들
리모컨 외에도 호텔 객실 내에는 손이 자주 닿지만 관리가 미흡한 물건이 많다. 전등 스위치, 전화기, 커튼 손잡이, 냉장고 손잡이, 수건걸이 등도 대표적인 접촉 위생 사각지대다. 특히 전등 스위치나 전화기는 도착하자마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
객실에 들어선 뒤 알코올 티슈 한 장으로 닦아내는 습관만으로도 감염 위험은 현저히 낮아진다. 실제 감염병 전문의들도 호텔 투숙 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표면 닦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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