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장기적인 추이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시즌에는 손흥민이 스트라이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정식으로 로스앤젤레스FC(LAFC) 선수가 됐다. 7일(한국시간) LAFC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적인 축구 아이콘 손흥민을 영입했다”라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까지인데, 2028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조항과 2029년 6월까지 추가 연장 조항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손흥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역대 최고 이적료도 경신했다. MLS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손흥민의 이적료는 2,650만 달러(약 366억 원)다. 올해 초 에마뉘엘 라테 라트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미들즈브러에서 애틀란타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기록한 2,200만 달러(약 304억 원)를 너끈히 뛰어넘었다.
손흥민의 이적료는 LAFC가 손흥민을 마케팅 수단만이 아닌 즉시전력감 선수로 여긴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토트넘홋스퍼 입단 시즌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모든 대회 11골 11도움으로 도미닉 솔랑케(16골 8도움)에 이어 구단 공격포인트 2위에 자리했다. 브레넌 존슨(18골 4도움), 제임스 매디슨(12골 10도움) 등 주전들과 동일한 수치로, 손흥민이 갖은 어려움에도 높은 수준을 증명했다. MLS 이적이 황혼기 대비보다 월드컵 준비로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
손흥민의 경쟁자, ‘MLS 득점왕 출신’ 드니 부앙가
손흥민이 LAFC에서 레프트윙으로 뛸지는 미지수다. 해당 포지션에 MLS 수위급 선수인 드니 부앙가가 있기 때문이다. 부앙가는 프랑스 리그1의 로리앙에서 1군에 데뷔했고, 2019-2020시즌 생테티엔에서 리그 26경기 10골 3도움을 기록하는 등 리그1에서 6시즌 동안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부앙가는 LAFC 이적으로 선수 경력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2년 여름 이적해 2023년 날개를 폈다. 당시 MLS 정규 시즌 20골, MLS컵 플레이오프에서 5골을 넣으며 총 25골로 MLS 득점왕을 차지했다. 팀은 MLS컵 결승에서 콜럼버스크루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챔피언스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트로피 운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지난 시즌 MLS에서 총 21골을 넣으며 위용을 과시했고, 미국 FA컵인 US오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도 풀어냈다.
부앙가는 올해도 변함없이 팀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다. 리그에서는 21경기 13골 5도움으로 득점 전체 공동 6위에 자리했다. 모든 대회로 확장해도 이번 시즌 부앙가가 결장한 경기는 단 2경기뿐이었는데, 우연찮게도 그 중 1경기가 손흥민이 관전한 LAFC와 티그레스 경기였다.
부앙가는 일정 부분 손흥민과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 특히 왼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온 뒤 먼 골대 쪽으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즐긴다는 점에서 손흥민을 닮았다. 다부진 피지컬을 활용해 공을 지켜내고 순간적인 방향 전환으로 수비를 제치는 것이 특장점이다. 다만 오른발 의존도가 다소 높아 레프트윙을 벗어나면 파괴력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부앙가가 레프트윙에 특화됐다는 건 손흥민이 포지션을 바꿔야 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단, 부앙가가 LAFC에 남았을 때를 전제한다. 부앙가는 멕시코 리가MX의 티그레스와 클루브아메리카 등 여러 클럽의 관심을 받는다. 1,200만 달러(약 166억 원)로 다소 높은 이적료는 올여름 부앙가가 팀을 떠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연말까지는 ‘SON톱’ 가동될 수도
부앙가가 다른 팀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손흥민이 스트라이커로 향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LAFC는 올 시즌 부앙가를 제외한 리그 최다 득점 선수가 나탄 오르다스인데 5골밖에 넣지 못했다. 지난해 야심차게 영입했던 올리비에 지루는 올해 리그 3골이라는 저조한 성적 속에 프랑스 릴로 떠났다. LAFC는 3시즌 동안 부앙가의 득점력에 많은 부분을 기댔지만, 이번 시즌만큼 절실하게 매달려야 할 때는 없었다.
손흥민이 최전방을 책임진다면 부앙가에게 향하는 압박을 분산할 수 있는 동시에 손흥민이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손흥민의 공격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체력과 활동량은 전성기에 비해 내려온 게 사실이다. 지난 시즌 부진 이유 중 하나로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체력이 저하된 손흥민에게 지나친 수비 가담을 주문해 스프린트 거리와 횟수가 늘어난 게 꼽힐 정도였다. 손흥민은 레알마드리드 말년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체력 관리를 받으며 공격에 집중할 때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토트넘에서 마지막 필드골을 넣었던 올해 1월 호펜하임전 득점 장면들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의 성향상 손흥민이 스트라이커 이외에 갈 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체룬돌로 감독은 2022년 부임 이래 줄곧 4-3-3 전형을 선호해왔다. 이번 시즌에는 3-4-2-1 전형도 사용하곤 했는데, 4-3-3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만 센터백으로 내리면 된다는 점에서 극적인 변화로 보기는 힘들다. 다르게 표현하면 체룬돌로 감독은 LAFC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활용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종종 출전하는 세컨 스트라이커로 LAFC에서 나설 일이 없다는 의미다.
체룬돌로 감독이 2025시즌 종료 후 독일로 돌아가리라 공언한 만큼 손흥민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레프트윙이 아닌 포지션에서 뛸 확률이 높다. 부앙가가 레프트윙을 벗어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다행히 손흥민에게 최전방은 낯선 자리가 아니며, 2023-2024시즌 토트넘에서 스트라이커로 리그 17골 10도움을 기록한 전적도 있다. 손흥민이 수준 높은 선수인 만큼 LAFC에서도 어느 자리든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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