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인천)=신희재 기자 | "저런 마무리가 있었다고 한 번 더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를 목표로 삼고 롱런하는 선수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의 대명사인 오승환(43)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는 7일 인천 연수구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올 시즌 이후 은퇴를 결심한 배경과 소회를 밝혔다.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737경기에서 427세이브를 기록한 특급 마무리다. 일본, 미국에서도 활약해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올렸다. KBO리그 통산 세이브 1위, 세이브왕 6회, 한국시리즈 우승 5회,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야구팬들에게 '돌직구', 돌부처', '끝판대장' 등 수많은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을 받아왔다. 삼성은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을 첫 투수 영구결번으로 지정한 뒤 은퇴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오승환은 "아직 은퇴가 실감 나지는 않는다"면서도 "등번호처럼 프로에서 21년을 뛰고 삼성 최초의 투수 영구결번이 됐다. 많은 팬의 관심 덕분이다.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삼성 관계자들도 일제히 헌사를 남겼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단상에 올라와 꽃다발을 건넨 뒤 "같이 선수 생활을 했던 오승환이 은퇴를 하니 여러 생각이 든다. 은퇴 후 멋진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강민호, 구자욱, 김재윤, 원태인 등 대표 선수들도 꽃다발을 증정하면서 제2의 인생을 응원했다.
오승환은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으로 대학교 졸업 후 늦은 나이에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05년 처음 삼성에 입단했을 땐 "1군 패전 처리라도 하는 게 목표였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그러나 꾸준함이 실력이라는 가치관과 함께 매 순간을 치열하게 보내면서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년 가까이 정상을 지킨 오승환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모친상의 아픔도 겪었다. 오승환은 "어머니가 경기 마치면 항상 연락을 주셨다.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 안 계신다는 게 힘들었다"며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언급했다.
그는 아직 시즌이 남은 만큼 당장의 진로에 대해서는 "구단과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운이 좋게 다양한 리그를 경험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면서 "많이 공부하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면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며 지도자에 대한 꿈을 내비쳤다.
오승환은 “신인 시절부터 항상 불펜 또는 마무리의 위상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며 “은퇴 후 오승환을 떠올릴 때 저런 마무리가 있었다고 오랫동안 한 번 더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를 목표로 삼고 롱런하는 선수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삼성은 오승환이 향후 1군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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