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부터 가상병원까지"···정부, 블록체인으로 일상 바꾼다

이미지=과기부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국민 생활 깊숙이 침투시키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7일 발표한 '2025년 블록체인 지원사업'은 총 124억원 규모로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일상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체감형 서비스다. 모바일 신분증, 온라인 주민투표, 디지털 바우처, 디지털 배지 등 국민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발굴에 집중했다. 상반기에 선정된 5개 과제(공공 2개, 민간 3개)에 이어 8일 착수보고회를 통해 6개 민간 과제가 추가로 개발에 돌입하면서 총 11개 과제가 동시에 추진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부산시의 '블록체인 기반 배터리 여권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34억 6000만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부터 운행, 사용후배터리까지 전 주기 정보를 여권처럼 관리하는 혁신적 시스템이다. 유럽연합(EU)이 2027년부터 의무화하는 디지털제품여권(DPP) 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포석이기도 하다.

부산시 소재 전기차 2500대와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을 통해 배터리의 제작 정보, 운행 이력, 성능, 잔존 수명 등 핵심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EU의 배터리 규정이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인프라를 선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의료 분야에서도 획기적 변화가 예고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발하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병원 서비스'는 진료부터 전자처방, 의약품 배송, 실손보험 청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제공되던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블록체인으로 연결해 데이터 보안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대구에서 시작되는 실증을 통해 전국 확산 가능성을 타진한다.

문화산업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인 암표 거래 해결책도 제시됐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가 개발하는 'K-컬처 티켓팅 인프라'는 기존 예매 플랫폼과 API 연동만으로 티켓 생성부터 유통, 검표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추적한다. 공연업계의 숙원 과제인 티켓 투명성 확보와 암표 근절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규제 대응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블록오디세이가 개발하는 식품 유통 이력 플랫폼은 미국의 식품안전현대화법(FSMA204) 대응을 위한 것으로 생산부터 소비까지 식품 유통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중소 식품업체도 QR코드만 부착하면 손쉽게 유통 이력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FSMA204는 특정 식품에 대해 더 엄격한 추적성을 요구하는 규정으로,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맞춘 혁신도 주목된다. 리드포인트시스템의 '운송분야 탄소배출권 거래지원 플랫폼'은 그동안 수기로 처리되던 운행 데이터 수집부터 배출권 거래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자동화한다. 데이터 위변조나 중복 거래 우려를 차단하면서 행정 부담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활용이 확산된다. 수호아이오는 디지털 상품권의 불법 유통 차단을, 지크립토는 영지식증명(ZKP) 기반 참여형 커뮤니티 플랫폼을, 왓콘은 외국인 유학생 대상 행정 간소화 전자지갑을, 나이스평가정보는 외국인 신용정보 연동 NFT 기반 전자지갑을 각각 구축한다. 소프트제국의 블록체인-AI 융합 자동채점 플랫폼과 블로코의 공공기관 전용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도 포함됐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번 블록체인 지원사업이 의료, 유통, 문화 등 국민 생활 밀접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일상화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신뢰 기술로서 블록체인의 산업 적용과 생태계 확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