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해양수산부와 국적 해운사 HMM 본사의 부산 이전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해수부는 연내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HMM도 순차적 이전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부산을 해양산업 전략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HMM 이전도 국정과제로 추진
7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HMM 본사 이전을 포함한 ‘부산 해양공약’을 국정과제로 최종 확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과 출자기업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왔으며, 이번 국정과제 확정으로 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우선 해양수산부 본부와 산하 기관의 이전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HMM 본사를 비롯한 관계 조직을 순차적으로 이전해, 정책 당국과 민간 주체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해양산업 전반의 응집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정책 주체인 해수부와 실행 주체인 국적 해운사를 동일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해운·물류·항만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고, 지역 해양산업의 경쟁력 제고로 연결시키려는 구상이다. 특히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 지분이 있는 HMM은 정책적 정합성과 이전 실행 가능성 모두에서 상징성이 큰 사례로 평가받는다.
“해양산업 가치사슬 연결” 강조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부산 이전은 단순한 지역 균형발전 차원이 아니라, 해양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해운, 물류, 조선, 정비 산업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해, 국제 해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세계적 해양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산은 세계 6위권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는 글로벌 항만 도시로, 이미 대규모 항만 인프라와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해양산업 관련 행정기관과 기업 본사는 수도권에 분산돼 있어 정책과 산업 간 연계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번 이전 조치를 통해 정책 수립과 집행, 산업 활동과 연구개발까지 하나의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클러스터 체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행정·기업·연구기관이 집적된 체계 아래 해양산업의 일관된 정책 추진과 산업 간 융합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정 재배치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HMM 부산 이전시 “15조 경제효과”…해양산업 중심지로 재편 기대
부산 상공회의소는 HMM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향후 5년간 약 15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해운사 이전에 따른 부가가치뿐 아니라, 항만 운영, 선박정비(MRO), 해양 장비, 해운 IT, 물류 서비스 등 연관 산업의 활성화 효과를 포함한 수치다.
부산은 북극항로와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환적 허브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해운기업 본사가 이전하게 되면, 선박 운항계획, 화물 연계, 항만 처리 등에서 실시간 대응과 전략적 조정이 가능해져 지역 항만의 경쟁력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본사 이전을 계기로 각종 본사 기능과 전략조직, 고급 전문인력 등이 부산에 상주하게 되면, 지역 고용 창출과 소비 확대, 주거 수요 증가 등 경제 전반에도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기존의 ‘물류 도시’ 이미지를 넘어, 정책과 산업이 결합된 종합 해양산업 도시로 변화할 수 있는 구조적 기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수부·HMM 이전, 해양 클러스터 재편 신호탄되나
해운, 항만, 조선, 해양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해수부의 정책 기능이 현장 중심으로 재편되면, 산업 현장에서 기획과 실행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점이 생긴다는게 현재 정부의 설명이다.
정책 수요자인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 등이 해수부와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면, 의견 조율과 협업 속도도 빨라진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해양산업 전략사업과 연계 가능한 구조로 해수부 조직을 일부 재편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정부 역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시는 해수부 및 HMM의 이전을 해양산업 육성의 전기로 삼아, 항만·물류·선박정비·R&D 단지를 연계한 복합 산업지구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외 해운기업과 조선기자재 기업, 해양기술 전문인력 유치도 중장기 전략으로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해수부와 HMM의 동시 이전이 가지는 정책·산업적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한 해운 전문가는 “부산은 이미 항만 인프라와 해운 기업, 관련 연구기관이 밀집한 도시로, 정책 주무부처가 이곳에 자리하면 스마트항만, 북극항로 등 미래 전략사업이 현장에서 기획부터 실행까지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경제 분야 교수는 “단순히 공무원이 내려오는 게 아니라, 그에 따라 전문 인력과 가족 단위 인구가 유입되고, 주거 수요와 소비 기반이 함께 확대되는 구조”라며 “중앙부처의 지방 이전이 지역 성장의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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