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장은 7일 ‘2025년 6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한미 무역 합의 때 우리나라는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나, 반도체가 특별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AI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호황기는 예전에 비해서 더 길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와 반도체”가 부과 대상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답변이다.
신 국장은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반도체 경기 호조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견고한 AI 투자 수요로 대만 쪽으로 반도체 수출이 굉장히 많이 되고 있어, 이런 수출이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42억 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은 역대 최대 흑자다. 26개월 연속 흑자이자,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연속 흑자이도 하다. 또 5월(101억4000만달러)보다 41억 3000만달러 늘어나며 역대 최대 흑자 폭을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131억 6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흑자 확대를 이끌었다. 수출은 603억 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2.3% 증가했다. 반도체(11.3%), 컴퓨터주변기기(13.6%) 등 IT품목의 호조가 지속된 가운데, 비IT품목도 의약품(51.8%) 등을 중심으로 늘면서 1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7월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 그는 “7월 통관무역 수지가 전월보다 줄었지만, 무역수지는 최대 흑자를 보였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7월 경상수지는 전월보다 줄겠지만 상당 폭 큰 흑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은 관세 영향을 받으면서 하반기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본원소득에서 배당 수지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경상수지는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신 국장과의 일문일답.
-6월 경상수지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인해 역대 최대인데, 미국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 수출’이 얼마나 있었나.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선수요 효과가 있었다. 그 외에도 DDR(더블데이터레이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견조해서 종합적으로 반도체 경기 수출 호조로 나타나고 있다. 관세 부과 전에 선수요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대미 반도체 수출 높게 나오는 것에는 선수요 효과가 있다.
-승용차 수출이 0.3% 떨어졌고 미국향 수출도 줄었다. 어떤 영향인가.
△자동차 수출은 작년에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기저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전기차 수요도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 자동차 품목관세 25%를 부과했었고, 8월부터는 15%로 떨어졌다. 자동차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소폭의 마이너스고, 미국의 관세로 인해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다가, 7월에는 대미 감소 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자동차 수출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관세 부과 영향에 따라서 대미 수출을 줄이고, 미국에서 확보하고 있는 자동차 재고로 버텼던 부분이 있다. 또 올해 미국 자동차 공장들이 완성되면서 현지에서 공급이 충당된 부분도 있다.
7월에는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 폭이 4.6%로 줄어들긴 했는데, 아직까지 정확하게 해석을 하기는 어렵다. 제 생각에는 현지 재고로 버텼던 부분들 소진돼서인 것 같다. 7월에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하계 휴가가 있었음에도 4.6% 감소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이고, 이번에 15% 관세 합의가 됐기 때문에 자동차 대미 수출 영향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 쪽으로 자동차 수출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가 영향을 주겠지만 기업들이 현지생산을 늘리고, 수출 다변화해서 유럽 쪽으로 가는 전략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
-5월에는 수출과 수입 둘 다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였는데 한 달 만에 전환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또 의약품 수출이 50% 이상 늘었는데, 갑자기 늘어나게 된 배경이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를 200~250% 올린다고 하는데, 향후 전망에 대해서 말해달라.
△불황형 흑자라는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것이다. 1월에서 5월까지 봐도 그전에도 불황형 흑자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수출이나 수입이 왜 감소했는지 봐야 한다. 수입의 경우는 에너지 가격이 떨어져서 원자재 쪽에서 수입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있었고, 소비재나 자본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제외한 수입을 보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경기가 불황이어서 수입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의약품 수출은 선수요 효과가 크다. 또 무역 합의에서 최혜국 혜택 합의돼 있어서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진 않을 듯 하다. 의약품 제조업계에서는 관세가 무조건식으로 부과가 되기 때문에 현지 진출을 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실제로 품목 관세가 부과되면 의약품 수출 쪽에 부정적인 영향이 분명히 나타날 것 같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