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에 약 100% 관세 부과할것”
그는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내 1000억달러(약 138조원) 추가 투자 발표식에서 “반도체에 매우 ‘큰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칩과 반도체에 품목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면서 “(미국 내)공장을 짓기로 약속했거나 이미 짓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어떤 이유로든 공장을 짓겠다고 해놓고 실제로 짓지 않는다면 나중에 그 누락분을 계산해서 청구하게 될 것이고 그건 확실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구체적인 부과 시점이나 기준 등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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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집권 이후 줄곧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해왔다. 무역 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품목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량을 제한해 고율 관세 부과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철강·알루미늄·자동차·자동차 부품에 대해 품목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이들 수입에 대한 국가 안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 美공장 짓는 삼성·TSMC …“자본력으로 살아남을것”
반도체 관세는 중국을 주요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틴 초르젬파 선임 연구원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미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업계 상당 부분은 이번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면서 “중국에서 생산된 칩들은 면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SMIC(중신궈지)나 화웨이가 만든 칩이 관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들 기업의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조립된 기기에 탑재된 형태로 미국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부품 자체가 아닌 완제품에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번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005930)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이미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과 같은 미국 주요 기술 기업들은 이번 관세 부담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아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 공장을 세울 여력이 있는 대형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며 “이는 ‘자본력을 가진 자만 살아남는’ 구조”라고 평했다.
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보다 채찍에 가까운 관세 위협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유도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 이익이 줄고, 휴대전화·TV·냉장고 등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르는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 최혜국 약속 받은 韓…세부사항은 아직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그외 주요 반도체 생산국들은 이미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맺은 상태다. EU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대부분의 수출품에 대해 단일 15%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역시 무역 합의 수준인 15%의 관세율이 예상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미 무역 합의가 타결된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반도체·의약품 품목 관세에 대해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며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
한국 대통령실 또한 브리핑을 통해 이와 관련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며 “100%든 200%든 우린 여 본부장의 말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등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바로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거나 미국 기업에 공급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약 100%의 품목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CNBC와 인터뷰에서 “1주일 안팎으로” 반도체 품목 관세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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