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사 손해율 낮추려 소비자권 침해?…당국, 대체부품 약관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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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보험사 손해율 낮추려 소비자권 침해?…당국, 대체부품 약관 ‘유예’

투데이신문 2025-08-07 11:09: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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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오는 8월 16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절충안을 내놨다. 당초 순정부품(OEM)보다 품질인증 대체부품(CAP)을 우선 보상 대상으로 삼으려던 약관 개정안이 소비자 불만에 부딪혀 사실상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민 선택권 침해’라는 여론이 들끓으며 국민청원까지 등장하자, 제도의 연착륙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보험사와 정부가 손잡고 소비자 부담만 늘리는 구조”라며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체부품 우선 사용을 골자로 한 약관 개정안이 공개되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글이 올라와 수만 명의 동의를 얻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자기차량손해 담보 및 대물 배상 시 차량 수리 과정에서 순정부품 대신 인증된 대체부품을 기본 보상 품목으로 우선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보험료 절감과 정비 비용 투명화가 이유로 꼽혔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소비자가 OEM 부품을 원하면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 구조에 대해 강한 반발이 쏟아졌다.

청원인은 “자동차 가격에 OEM 부품이 포함돼 구매했는데, 사고 나면 대체부품으로 수리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에는 수일 만에 2만8000명이 동의하며 이슈가 급속히 확산됐다.

불붙은 대체부품 논란에 ‘백기’ 든 금융당국

결국 금융당국은 여론을 수용해 제도 시행을 유예하고 제도 ‘연착륙’ 방침으로 선회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5일 새로 내놓은 방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비자가 원할 경우 순정부품을 추가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명확히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출고 5년 이내 차량이나 조향장치·브레이크 등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은 무조건 OEM 부품으로 보상한다는 예외 조항을 명시했다.

또한 품질인증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 순정부품 가격 대비 25%를 소비자에게 환급하는 인센티브도 신설했다. 기존에는 자기차량손해 담보에만 적용되던 환급 범위를 대물보상 영역까지 넓힌다. 보험업계는 이 제도를 자동 특약 형태로 계약에 반영할 계획이다. 오는 16일부터 갱신 또는 신규 계약에 자동 적용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선택권 보장”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의 기조 자체가 ‘대체부품 우선’으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선택권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비자가 매번 OEM 사용 의사를 밝혀야 하는 구조라 부담이 크다”며 “결국 시간이 지나며 선택권이 점차 축소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25% 환급 혜택 역시 실질적 실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소비자들은 이미 낸 보험료 중 일부를 되돌려받는 구조이며, 여기에 보험사 수수료와 예정사업비까지 포함되면 실질 혜택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회장은 “비순정부품 사용 시 환급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나오는 것이며, 예정사업비까지 붙으면 ‘절감’이 아닌 ‘전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 또한 “선택권을 제한하고, 수리 후 안전성과 품질 저하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대체부품 제도 취지와 현실 간 괴리…“졸속 도입, 소비자 피해”

금융당국은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품질인증부품은 국토부가 지정한 기관의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OEM 부품과 품질·성능이 동등하거나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고속충돌 실험, 저속손상 시험 등에서도 ‘우수’ 등급을 받았고, 신체 상해 위험도 OEM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외산차 수리비 절감에는 분명한 효과도 있다. 2024년 기준 외산차의 사고 1건당 평균 부품비는 238만5000원으로 국산차(62만9000원)의 약 3.8배 수준이다. 인증부품은 OEM 대비 35~40% 저렴해 수리비 절감에 실익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국내 현실에 맞추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은 대체부품 시장이 이미 20~30%를 차지하고, 이에 맞는 유통망과 소비자 신뢰 체계를 갖췄지만, 한국은 아무런 준비 없이 약관부터 강제하려 하니 반발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대체부품 사용률은 0.5% 수준인데, 이를 끌어올리려면 가격경쟁 구조와 품질검증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자동차학과 교수도 “이는 정비업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청회 한 번 없이 밀어붙인 정책”이라며 “강행됐다면 이익은 보험사와 인증기관 등 이해 단체들이 가져가고, 국민만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비업계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크다. 수도권 국산차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인증 부품이라지만 품질 편차가 심하고 재고가 부족하다”며 “중고차 감가, 수리 지연 문제도 우려돼 소비자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비업체 대표는 “특정 차종의 인증부품은 아예 없거나 생산 주기가 불규칙하다”며 “품질과 공급 체계가 확보되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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