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 피면 여름 끝났다는 신호 입니다…" 한철에만 피는 ‘멸종위기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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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 피면 여름 끝났다는 신호 입니다…" 한철에만 피는 ‘멸종위기 식물’

위키푸디 2025-08-07 09:56: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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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쑥부쟁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단양쑥부쟁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입추가 지났다. 달력은 분명 가을의 문턱이라는데, 피부에 닿는 바람은 여전히 뜨겁다. 낮이면 숨이 막히고, 밤이면 온열 주의보 문자만 울리며 더위는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다. 에어컨을 끄면 바로 더워지고, 창문을 열면 습기가 밀려들어 입추라는 말이 무색하다.

사람들 사이에선 슬슬 “도대체 이 여름은 언제 끝나는 거야.”라는 말이 오간다. 하지만 이 긴 계절에도 끝을 알려주는 신호는 있다. 도심에서 멀어진 계곡, 한적한 숲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그 시작이 보인다. 바위와 물가 사이, 고요하게 자리를 지킨 꽃 한 송이. 단양쑥부쟁이가 피었다.

이 보랏빛 꽃은 1년 내내 기다렸다가 8월 중순이 돼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단양쑥부쟁이는 멸종위기종으로 자라는 곳이 한정적이고, 그 시기도 짧다. 충북 단양, 강원도 영월, 충주 일부 계곡에서만 자라며, 물 흐름과 햇살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만 피어난다. 높고 건조한 산이나, 사람의 발길이 잦은 탐방로 근처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이 꽃이 피기 시작하면 계절은 바뀐다. 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 달력보다 빠르게, 뉴스보다 정확하게 계절의 전환을 알리는 자연의 징후다. 

보랏빛이 알려준다… 단양쑥부쟁이는 여름의 마지막 신호탄

단양쑥부쟁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단양쑥부쟁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단양쑥부쟁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단양’이라는 이름처럼 충북 단양에서 처음 발견됐다. 강원도 영월과 충주 일부 지역에도 분포하지만, 자생지는 매우 좁다. 계곡이나 냇가처럼 햇빛은 충분하지만 흙이 항상 젖어 있는 곳에서 자란다.

8월 중순이 되면 키 1m 안팎의 가느다란 줄기 끝마다 보랏빛 꽃이 피어난다. 국화처럼 보이지만 더 작고 색이 연하다. 언뜻 보면 야생화 같지만, 보기 힘들다.

이 식물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서식지 감소와 수질 오염을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본다. 생육 조건이 까다롭고, 자생지가 단조로운 탓이다. 바위 사이 얇은 흙층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서식이 어렵다. 물 흐름이 바뀌거나 토사가 덮이면 뿌리부터 썩는다.

야생에서의 생존이 어려운 탓에 자생지 보호 사업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해마다 8월 단양쑥부쟁이 개화 시기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상 꽃은 대개 8월 둘째 주에서 셋째 주 사이 피기 시작해 9월 초까지 유지된다.

꽃은 잠깐… 단양쑥부쟁이는 1년에 단 3주 피고 진다

단양쑥부쟁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단양쑥부쟁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단양쑥부쟁이의 생애는 길지만, 꽃은 짧다. 8월 한 달 중 실제 개화 기간은 약 3주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색이 짙어지고, 열흘이 지나면 꽃대가 무거워진다.

햇살이 들면 서서히 열리고, 해가 지면 빠르게 시든다. 밤새 흙이 마르면 이튿날 바로 꽃잎이 떨어진다. 그래서 한 번 피면 바로 확인해야 한다. 꽃이 가장 활짝 피는 시기는 8월 중·하순 무렵이지 이 시기엔 태풍이 오기도 한다. 바람이 불고 강수가 몰아치면 꽃은 물에 휩쓸리거나, 꽃줄기가 꺾이기도 한다.

그래서 단양쑥부쟁이의 만개를 보려면 운이 필요하다. 늦여름, 비 오지 않는 맑은 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조용한 계곡. 이 세 가지가 겹쳐야 가능하다.

실제 자생지에서도 개체 수가 수십 개 남짓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어떤 곳은 한 해 사이에 절반이 사라지기도 한다. 자연 상태에서 종자를 퍼뜨리는 것도 쉽지 않다. 곤충이나 바람에 의존하는데, 주변 식생에 밀리거나 물길이 변하면 확산이 어렵다.

무단 채취 금지… 관상용 목적 채취는 불법

단양쑥부쟁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단양쑥부쟁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단양쑥부쟁이는 단지 보기 드문 꽃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보호받는 식물이다.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으며, 무단 채취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주로 관상용이나 분재용으로 채취되는 사례가 적발된다. 개화 기간이 짧다 보니, ‘한 번 키워보자’는 호기심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식물은 단순한 분화용 꽃이 아니다. 개화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뿌리가 계곡의 일정 수분과 온도를 맞춰야 하고, 주변 나무와 햇빛 각도까지 영향을 받는다. 사람이 옮긴다 해도 그 자리에서 다시 피는 경우는 드물다.

보호지역 안에서는 CCTV가 설치돼 있고, 관할 지방자치단체나 국립공원공단이 순찰을 돌고 있다. 단양군은 올해도 단양쑥부쟁이 서식지 인근 주요 탐방로 입구에 ‘멸종위기식물 채취 금지’ 문구가 적힌 안내판을 설치했다. 등산로와 가까운 일부 지점에는 임시 철망을 설치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개화를 기록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려는 사람들은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계곡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삼각대를 설치할 경우 뿌리나 식생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드론 촬영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단양쑥부쟁이는 지금처럼 여름 끝자락에만 핀다. 사라지지 않게 지켜야 하고, 본래 자리에서 피어나게 해야 한다. 이 꽃이 피는 시점이 되면,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가을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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