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사장 김동철)가 지난해 흑자에도 불구하고 부채 규모가 자본금의 6배에 달하는 등 구조적 재무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오는 2027년 말, 한시적으로 완화된 사채발행한도가 복귀되면 자금 조달 자체가 법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정부 차원의 개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비영리 기후정책 연구기관 ‘기후솔루션(이사장 김주진)’은 '탈한전 시대 한국전력의 과제: 2025년 부채위험 진단'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구조적 취약성과 향후 위기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2021년부터 3년간 약 48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 기간 석탄과 LNG 가격 폭등으로 인해 부채는 6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올해 기준 부채비율은 619%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연간 이자비용만 약 3조 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한전의 주요 수익원이던 산업용 전기 수요마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산업용 수요는 전체 전력 판매량의 49.6%로, 사상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다. RE100 이행을 위해 민간 기업들이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PPA(전력구매계약)’ 확대도 한전의 수익기반을 더욱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은 사실상 만기 채권을 재발행하는 ‘빚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금년 2분기 기준 채권 발행 잔액은 75조원에 달하며, 매년 20조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를 맞는다. 그러나 지난 2월 발행한 해외 채권은 4억 달러에 그치는 등 해외 투자자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6월에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기후정보 공시 누락에 대한 공익신고까지 접수됐다.
2022년 국회는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를 일시적으로 기존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했지만, 해당 한도는 2027년 말 복원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한도가 복귀되면 한전의 자금 조달은 법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재무위기는 법제도적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솔루션은 이 같은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시장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한전의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부채위험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총괄원가보상제도 등 기존 체제를 유지한 채 미봉책에 머문다면, 한전채 블랙홀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가희 전력시장계통팀장은 “화력 중심 발전 자회사에 총괄원가를 보전해주는 제도를 폐지하고, 재무적 연결을 끊어야 한다”며 “한전을 송·배전망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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