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안된다"…해외에서 위기 극복 해법 찾는 韓 드라마 제작사들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해외 시장이 답이에요.”

요즘 만나는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제작비는 해마다 오르는데 광고 시장은 쪼그라들어 이제 내수 시장만 바라보고는 작품을 만들 수 없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사진=스튜디오드래곤)

◇역할 늘리고 범위도 확장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내 드라마에 관심이 부쩍 커졌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제작진과 배우 등의 몸값이 천정부지 오르면서 제작비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렸다. 과거 해외 비즈니스가 ‘판권 판매’에 그쳤다면, 이제는 범위를 넓혀 현지 레이블을 설립·운영하고 한국 제작진이 해외로 나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은 최근 한국에서 흥행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일본판을 제작해 일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역대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일본 TBS와 손잡고 만든 또 하나의 한일 합작 드라마 ‘하츠코이 도그즈’도 내놨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모회사인 CJ ENM(035760)도 공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을 통해 할리우드 작품을 제작하고, 아시아계 창작자 및 아시아 스토리에 기반한 콘텐츠를 발굴·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레이블 ‘퍼스트 라이트 스토리하우스’도 만들었다. 국내 엔터기업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중동 법인 ‘CJ ENM 미들 이스트’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앙그룹 산하 콘텐츠 제작사인 SLL은 일본 TV아사히와 함께 드라마 ‘마물’을 공동 제작했다. SBS의 드라마 제작·유통 전문회사인 스튜디오S는 일본 NTT도코모와 요시모토흥업이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 NTT 도코모 스튜디오&라이브(Docomo Studio&Live)와 함께 일본판 ‘스토브리그’ 제작에 나섰다.

◇“해외 시장, 국내 불황 타개할 돌파구”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은 수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작비가 상승한 만큼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커진 데다, 국내에서 흥행해도 이익을 내기 힘들어 드라마 제작과 편성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서 들려오는 낭보는 위기를 타개책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해외 시장이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리메이크를 넘어 해외 제작사와의 공동 제작 등은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높아진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다각적인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해외 진출이 대형 제작사에 집중돼 있고, 중소 제작사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교두보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츠코이 도그즈’ 출연진(사진=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