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손흥민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FC(LAFC) 이적이 확정되기도 전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성질 급한 구단은 우리 선수라는 내용의 자막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손흥민은 LAFC 구단을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역사 전체를 돌아봐도 한손에 꼽힐 만한 대형 스타다. 나성(羅城, 로스앤젤레스의 음역어)으로 간 손흥민이 어떤 리그에서 어떻게 뛸지 함께 알아보자(편집자 주).
손흥민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진출이 사실상 확정됐다.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의 맞대결이 기대를 모은다. 그런데 손흥민이 메시를 만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MLS는 세계 대부분의 축구 리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리그가 운영된다. 미국 본토 리그답게 농구(NBA), 아이스하키(NHL), 야구(MLB) 등 미국 스포츠에서 쓰이는 대회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MLS에는 30개 클럽이 참가하고 있으며, 동·서부 컨퍼런스로 각각 15개 팀씩 나뉘어 운영된다. 한 시즌 동안 팀당 34경기를 치르는데, 이중 28경기는 같은 컨퍼런스 팀과 치르며 나머지 6경기는 타 컨퍼런스 팀과 무작위로 배정된 대진을 통해 진행된다.
동·서부 컨퍼런스와 MLS컵
MLS에는 우승팀이 두 팀 존재한다. 국내 프로야구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다. 동·서부 컨퍼런스가 정규리그의 성격을 지닌다. 각 팀은 총 34경기를 치르고 이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정규리그 우승팀이 결정된다. 더불어 양 컨퍼런스를 통틀어 정규리그 승점 1위 팀은 ‘서포터즈 실드’라는 자격을 별도로 얻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시즌이 끝나지 않는다. 야구의 플레이오프처럼 추가적인 승부를 통해 정규리그 외 최종 우승팀이 결정된다.
MLS는 타 미국 스포츠처럼 플레이오프 제도를 운영한다. 이름은 ‘MLS컵 플레이오프’다. 컨퍼런스별 상위 7개 팀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자동 진출하며, 8위와 9위 팀은 단판 와일드카드 경기를 통해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와일드카드는 상위 시드 팀의 홈에서 단판으로 열리며 정규시간 종료 후 동점일 경우 연장전 없이 즉시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른다. 플레이오프 막차를 탄 팀은 컨퍼런스 1위 팀과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맞붙는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부터는 친숙한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정규리그 2위-7위, 3위-6위 등 순위 역순으로 대진이 짜진다. 축구 대회로서 특이한 건 3판 2선승제라는 것. 동점일 경우 승부차기가 진행되기에 모든 경기는 반드시 승패가 난다.
컨퍼런스 준결승부터 단판 승부로 전환된다. 동점일 경우 연장전을 치르고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까지 이어진다. 결승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동·서부 우승 팀은 MLS컵 결승에서 최종 승부를 펼친다. MLB의 월드시리즈와 유사한 구조다. MLS컵 결승은 정규시즌 성적이 앞선 팀의 홈구장에서 단판으로 열린다. 여기서 승리를 거둬야 진정한 MLS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US 오픈컵, 리그스컵 등 ‘미국스러운’ 컵대회
컵대회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건 유럽과 비슷하지만, 이름이 미국스럽다. US 오픈컵은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FA컵 개념과 같다. 명칭만 다를 뿐 타 리그 FA컵과 같은 위치에 있는 대회다. MLS 클럽을 포함해 미국 내 하위 리그 팀들이 참가한다. 모든 경기는 단판 토너먼트 방식이다. 64강인 1라운드부터 진행된다. 최상위 리그인 MLS 클럽들은 3라운드부터 대진을 치른다. US 오픈컵 우승자는 차기 시즌 CONCACAF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게 된다. 작년 우승팀이 바로 손흥민이 몸 담게 될 로스앤젤레스FC(LAFC)다.
리그스컵은 딱 2개 나라가 참가하는 국제대회다. 2025년 기준 MLS 18개 팀과 멕시코 리가 MX 18개 팀 등 총 36개 클럽이 출전한다. 페이즈1은 오직 MLS와 리가 MX 팀 간 맞대결로 구성된다. 각 팀은 반대 리그 소속 3팀과 총 3경기를 치른다. 이때 승점 획득 방식이 독특하다. 90분 내 승리 시 3점, 무승부 시 각 팀 1점 이후 승부차기 승리 시 2점을 추가로 확보한다. 공식적인 무승부는 없으며 90분 종료 시 즉시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페이즈1에서 각 리그 테이블 상위 4개 팀이 8강에 오른다. 8강 역시 각 리그 간 매치업으로 구성된다. 이후 4강부터는 리그 구분 없이 맞붙는다. 결승과 3·4위전으로 결정된 대회 1~3위 팀은 다음 시즌 CONCACAF 챔피언스컵 출전권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CONCACAF 챔피언스 컵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같은 최상위 클럽 대항전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자메이카, 온두라스, 니카라과, 아이티, 쿠바 등 북중미·카리브 지역 9개국에서 총 27개 팀이 참가한다. 22개 팀이 1라운드를 치르고 토너먼트 형식처럼 승리한 11팀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리그 MX, MLS컵, 리그스컵, CONCACAF 센트럴 아메리칸 컵, CONCACAF 캐리비언 컵 우승자 5개 팀은 1라운드 없이 16강으로 직행한다. 4강까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며 결승전은 단판 승부다.
그래서 손흥민과 메시는 만날 수 있을까?
손흥민이 가장 빠르게 메시를 만날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서부 컨퍼런스 LAFC와 동부 컨퍼런스 인터마이애미는 올 시즌 예정된 맞대결이 없다. 타 리그 소속 팀과 한 시즌 6경기 무작위 대진에서 마이애미와 대결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그를 통해 만날 방법은 MLS컵 결승뿐이다. 현재 LAFC는 서부 6위, 마이애미는 동부 5위에 위치하고 있다. 순위를 잘 사수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후 4승을 거둬 양 팀이 MLS컵 결승까지 오른다면 손흥민과 메시가 정상을 놓고 맞붙는 그림이 연출될 수 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다.
2번째는 리그스컵 4강에서 대진이 성사되는 것이다. 리그스컵 규정상 8강까지는 같은 리그 소속 팀끼리 붙지 않는다. 현재 양 팀은 리그스컵 페이즈1을 치르고 있다. 현재 3경기를 1승 2무로 마친 LAFC는 2위, 1경기를 덜 치른 상태로 1승 1무를 기록한 마이애미는 5위다. 상위 4팀만 8강 진출이 가능한데 마이애미와 달리 LAFC는 매우 불리한 위치다. 두 선수가 기적적으로 동반 8강 진출 후 4강에 올라야 맞대결 성사 가능성이 생긴다. 종합하면 손흥민과 메시의 만남은 ‘하늘의 별 따기’다.
글= 김진혁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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