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안창호 위원장의 과거 반인권적 언행이 폭로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인권단체와 인권위 내부에서는 안 위원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인권위 지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인권위 내부에서는 안 위원장의 성차별적 발언 이력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노조 인권위 지부가 밝힌 제보 댓글 수는 이날 기준 130여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노조 인권위 지부는 제보에서 안 위원장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하고 회의석상에서 성적 지향을 묻는 행위, 여성의 유리천장을 부정하는 성차별적 발언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퇴와 처벌을 촉구했다. 이 밖에 안 위원장의 여성 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 또한 제보로 밝혀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어 안 위원장이 성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한 인권위 소위원회 안건 상정을 막고 인권 강사 선발 과정에 개입했다고 지적하며 직권남용, 인권옹호 업무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직권남용의 경우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소수자 혐오표현을 한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진정 사건을 인권위 소위원회에 상정하지 못하도록, 안 위원장이 차별시정국장에게 조사보고서 결재를 지연하도록 지시해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담당 직원의 직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이다.
업무방해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위촉 인권강사 양성과정 1차 서류심사 당시 안 위원장이 지인 변호사가 탈락했다는 이유로 합격자 서류 제출을 지시한 의혹이다. 선발 과정에 부당 개입해 직권을 남용하고 담당 직원에게 업무상 행위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안 위원장은 과거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간통죄 폐지 반대, 병역 거부자 대체역 도입 반대, 구금시설 수형자선거권 보장 반대, 아동 피해자 진술녹화영상 증거능력 인정 반대 등의 의견을 내보여 논란을 산 바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 같은 안 위원장의 의혹에 대해 “인권위 위원장은 사회적 소수자를 비롯한 모두의 인권을 보장해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해야 할 책무를 지닌 자리”라며 “안 위원장은 그 책무를 철저히 저버리고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고 차별과 혐오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안 위원장을 향한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안건 상정·찬성으로 촉발된 이른바 ‘내란 옹호’ 논란을 기점으로 위원장의 자격과 행보를 문제 삼는 내부 비판이 공개적으로 확산됐다.
공무원노조 인권위 문정호 지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노조는 인권위가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안건 상정과 관련해 위원장에게 강력히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결국 상정과 찬성이 이뤄졌다”며 “인권위가 ‘내란 옹호 위원회’라고 조롱받는 상황에도 여성 직원들에 대한 제보는 꾸준히 있었고, 그 대상이 점점 넓어지다 보니 공개적으로 제보를 받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인권위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안 위원장이 빠르게 거취를 결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이미 도덕적 권위가 상당히 실추된 상황이기 때문에 인권위원장 같은 경우 공개 모집을 통해 투명하고 검증된 모집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2027년 9월까지다. 공동행동은 이후 폭로되는 사안에 따라 추가 고발과 진정을 검토할 방침을 밝혔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인권위는 지난 10일 해명자료를 발표해 “사실과 다르다”며 “성소수자 혐오표현과 관련된 해당 진정 사건은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행한 발언에 관한 것으로 위원회의 결정이 미치는 사회적 파급력과 인권 침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심도깊게 살펴봐야 할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 위원장은 지난 5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피고인 측 변호사인 연취현 변호사를 인권위 산하 정보인권 전문위원으로 위촉해 논란을 산 바 있다. 연 변호사는 서부자유변호사협회 공동회장으로,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에 침입하고 기물을 파손한 일당을 ‘서부항쟁자유청년’이라 지칭하며 난동을 변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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