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샘솟는 신개념 유통 공간, MZ들로 가득한 ‘이곳’[르포]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야 ‘유우카’ 잘 나오게 사진 찍어줘.” 6일 오후 HDC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 한 무리의 20대 남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약 70cm 길이의 대형 게임 캐릭터 피규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은 오는 9일 정식 오픈 예정인 넥슨의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테마 파크 ‘카페 메모리얼’ 매장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첫 공식 테마 파크인 만큼 오픈 이전임에도 많은 남성 게임 팬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카페 메모리얼 근처에는 대형 캐릭터 지식재산(IP) 굿즈 매장은 물론 국내 최대 규모 닌텐드 스토어 등이 밀집해 있었다. 평일임에도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은 젊은 20~30대 고객들을 중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캐릭터, 게임,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 주요 팬덤을 아우르는 공간, HDC아이파크몰의 ‘도파민 스테이션’이다. 도파민 스테이션은 지난 6월 일부 매장 개방 후 이날 100% 오픈했다.

HDC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 ‘도파민 스테이션’ 입구. (사진=김정유 기자)

도파민 스테이션은 일반 백화점에서 볼 수 없던 취미 기반 특화 공간이다. HDC아이파크몰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평일 기준) 3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닌텐도 스토어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 스토어 ‘플레이샵’이 경쟁하듯 붙어 있었다. 닌텐도 스토어는 기존 6층에서 3층 도파민 스테이션으로 확장 이전했는데 규모가 3배 이상 커졌다. 게임 체험 공간은 물론 굿즈 종류도 대폭 늘었다.

일본의 유명 게임 제작사 스퀘어에닉스의 팝업스토어도 한켠에 자리했다. 국내에 스퀘어에닉스 매장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퀘어에닉스는 ‘드래곤퀘스트’,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게임사로, 국내에서도 팬덤이 두텁다.

넥슨의 대표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첫 테마 카페도 ‘도파민 스테이션’에 입점한다. (사진=김정유 기자)

또한 ‘원신’, ‘하이큐’, ‘귀멸의칼날’ 등 유명 게임·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굿즈를 판매하는 SMG굿즈스토어도 생겼다. 국내 대형 유통채널 입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슷한 ‘모펀X디멘션팝타운’ 매장도 처음 입점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고객은 “SMZ굿즈스토어는 부산에서 가본 적 있는데 서울 용산에 생겨 기대를 갖고 왔다”며 “매장이 상당히 커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간 한국에서 많이 보기 힘들었던 피규어 매장도 들어섰다. ‘이치방쿠지’ 국내 3호점과 함께 특화 피큐어 브랜드 ‘코토부키야’는 국내 최초 매장을 오픈했다.

캐릭터 IP 매장 외에도 유튜버 ‘와인킹’과 함께 하는 와인 매장 ‘와인킹의 와인무’도 눈길을 끈다. 매장 안에는 무료 와인 시음 기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작은 잔으로 와인을 체험하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기존 백화점 와인매장과 달리 효율적인 시음 시스템, 대형 주류 유통업자가 아닌 중소 사업자들을 통해 공급하는 체계 등이 차별점이다. 이 매장은 평일 기준 일평균 10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 유튜버 ‘와인킹’과 협업한 매장. 와인 시음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이밖에도 ‘해리포터’ 팝업스토어, 괴근식물 매장 ‘웨트룸’ 등도 차별화 매장이다. 해리포터 팝업은 일평균 1500만원 이상, 웨트룸은 8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파민 스테이션(3층) 외에도 6층엔 지난달부터 ‘반다이남코 코리아 스토어’가 국내 처음으로 입점해 고객들이 몰렸다. 오픈 3주만에 목표대비 150%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가챠(뽑기) 기계들이 밀집해 있었고, 입구엔 추억의 ‘다마고치’ 팝업스토어도 열리고 있어 평일 낮 시간임에도 젊은 고객들이 몰렸다.

HDC아이파크몰은 기존 백화점들과는 다른 콘텐츠로 승부를 걸고 있다. 도파민 스테이션이란 명칭 속에는 ‘즐거움이 한 곳에 모인 곳’이란 의미가 담겼는데, 실제 현장을 둘러보니 최근 가장 ‘핫’한 아이템들을 모두 모아놨다. 심지어 디제잉 전문 브랜드 DJ코리아, K팝 콘텐츠 전문 브랜드 디어마이뮤즈 매장도 국내 유통채널 최초로 입점시키는 과감함도 보였다.

캐릭터 굿즈 전문 매장 ‘SMG굿즈스토어’도 입점했다. (사진=김정유 기자)

일반적으로 국내 백화점·쇼핑몰들은 입점 브랜드와 최소 2년 이상의 계약을 진행한다. 하지만 HDC아이파크몰은 도파민 스테이션내 입점 브랜드들과 기본 1년 계약을 진행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현 유통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즉시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4개월, 6개월 단위 계약도 있을 정도로 오로지 고객 눈높이에 맞춰 브랜드 매장을 입점시키겠단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처럼 명품에만 의존하는게 아닌, 새롭고 트렌디한 콘텐츠로 MZ 고객 중심 차별화를 두는 현 유통채널의 상황을 HDC아이파크몰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각 유통채널 브랜드에 맞는 입점 및 공간 전략이 점차 세분화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