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SK그룹이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조(兆) 단위의 현금 자금을 확보하며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의 대대적인 재정비에 나섰다. 초기 투자 이후 6년 만의 '엑시트'를 통해 원금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SK그룹의 중장기 리밸런싱 전략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6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는 베트남 현지 투자법인인 'SK 인베스트먼트 비나 II'를 통해 보유하던 빈그룹 지분 6.05%를 모두 매각했다. 매각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약 7개월에 걸쳐 장내 분할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사전에 지정된 제3자 기관투자자에게 순차적으로 지분을 넘기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지분 매각은 SK가 2019년 약 1조1000억 원을 투자해 빈그룹의 4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6년 만의 결실이다. 매각 대금은 총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전체 매각 수익이 1조3천억 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최근 빈그룹 주가 상승과 환율 변화가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빈그룹의 주가는 올 초 대비 2.6배 넘게 올랐다. 1월 당시 주당 3만9천 베트남동(VND)이던 주가는 최근 10만4천VND까지 치솟으며 급등세를 기록했다. 특히 SK는 1월에 보유 지분 중 약 22%를 매각하며 약 1,200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이후 남은 78%를 시장 호황 국면에서 분할 매각해 수익 극대화에 성공했다.
여기에 환율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초기 투자 당시 대비 원화 가치가 더 크게 하락하면서, 달러와 베트남동 간의 환차익이 추가 수익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주가 흐름과 환율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한 SK의 매각 타이밍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SK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단순 현금 확보를 넘어, 그룹 전체의 전략적 투자 여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현재 SK그룹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에너지솔루션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선제적 재무 구조 재편 및 포트폴리오 정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SK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전반에 걸친 자산 효율화, 수익성 강화, 비핵심 사업 정리 등 '그룹 리밸런싱'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기존 투자처 중 일정한 수익을 실현하거나 시너지가 제한적인 자산은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고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구조다.
이번 빈그룹 지분 전량 매각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는 투자금 회수 이후 해당 자금을 AI 기술 확보, 차세대 반도체 개발, 청정에너지 분야 확대 등 미래 기술 투자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동시에 재무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일부는 유동성 관리에도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는 최근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도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와 구조 개편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며 "이번 빈그룹 지분 매각 역시 단순한 수익 실현을 넘어, 미래 산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SK와 빈그룹 간의 협력 관계가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SK는 주식 매각 이후에도 빈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사업 영역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할 계획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단순한 지분 연계 관계를 넘어서 실질적인 사업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SK 관계자는 "지분 매각은 재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일 뿐, 양사 간 사업 협력에는 변화가 없다"며 "베트남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빈그룹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SK는 빈그룹 외에도 베트남의 다양한 유망 스타트업과 에너지 기업, 유통·물류 플랫폼 등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에 달하는 젊은 소비층과 빠른 경제 성장률을 기반으로 SK가 '동남아 허브'로 점찍은 주요 전략 국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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