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목’ 웃은 건 가전 아닌 공조···LG전자, 산업용 냉방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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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대목’ 웃은 건 가전 아닌 공조···LG전자, 산업용 냉방 ‘베팅’

이뉴스투데이 2025-08-06 15:08: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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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파짓포토스·LG전자, 그래픽=김진영 기자]
[사진=디파짓포토스·LG전자, 그래픽=김진영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LG전자가 올여름 에어컨 수요 증가 속에서도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앞세워 실적의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 같은 분기 공조 사업이 포함된 ES사업본부는 고부가 프로젝트 확대를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외형상 ‘에어컨 특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어컨의 판매 주체가 ‘소비자’에서 ‘산업·공공 수요’로 전환되는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LG전자가 발표한 2025년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20조7352억원, 영업이익은 46.6% 줄어든 6394억원으로 집계됐다. TV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냉난방공조를 담당하는 ES사업본부는 매출 2조6442억원, 영업이익 2505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HVAC 실적의 ‘성장 방식’이다. 2025년 여름 국내 에어컨 수요가 폭염으로 늘긴 했지만, 실제 수익성 기여는 가정용보다는 상업·산업용 냉방 장치와 칠러(Chiller) 중심의 고부가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LG전자는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액체 냉각 시스템(CDU) 등 B2B 기반 냉방 솔루션을 확대하며 공조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칩 직접 냉각 방식의 CDU() 기반 액체냉각 솔루션과 초대형 터보 칠러를 앞세워 데이터센터·병원·고층빌딩 등 고발열 환경에 최적화된 냉방 인프라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액체냉각 솔루션은 AI 서버용 고열 대응 기술로 연내 상용화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 수주에 돌입할 계획이다.

HVAC 산업은 에너지 고효율화, 친환경 인증, 디지털 제어 기술 고도화 등 구조적 변화 속에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HVAC 시장은 2023년 약 210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6~7% 성장세를 바탕으로 2030년 약 38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산업·상업용 냉방 시스템은 가정용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에너지 고효율 인증제와 탄소감축 규제가 수요 확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중동·동남아에선 탄소중립을 위한 고효율 냉방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유럽은 건물 에너지효율 등급 강화 규제로 노후 공조 시스템의 교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LG전자는 이에 맞춰 글로벌 HVAC 매출을 2030년까지 2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상업용 건물의 에너지 고효율 설비에 대한 세액 공제가 확대되며 HVAC 업계의 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도 향후 상업용 공조장치의 에너지효율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 개정된 SEER2·IEER 기준은 2029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글로벌 차원의 친환경 규제 강화와 고효율 설비 수요 증가에 대응해, LG전자는 HVAC 사업을 전략적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조직 개편 및 중기 목표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존 H&A사업본부에서 HVAC를 담당하는 ES사업본부를 별도로 출범, HVAC 사업을 전략적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2026년까지 칠러 제품군 연매출 1조원 달성과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수주를 전년 대비 3배 확대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발표, 유지보수 중심의 비하드웨어 영역 확장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유지관리 역량은 시공·관리 전문 자회사인 LG하이엠솔루텍을 통해 내재화되고 있다. 하이엠솔루텍은 국내외 B2B 프로젝트 현장에서 맞춤형 설계·시공뿐 아니라, 원격 모니터링(TMS) 기반 유지관리 서비스를 수행하며 장기 고객 기반을 확보 중이다. LG전자는 산업·상업용 냉방 인프라의 신뢰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LG하이엠솔루텍 관계자는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수리, 정기 점검, 원격 유지보수 등 칠러에 특화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 밀착형 고객 대응 품질을 높이고 있다”며 “전용 정비 거점과 서비스센터를 기반으로 더욱 체계적이고 신속한 유지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적은 단순히 ‘더운 여름 덕’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HVAC 사업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계약 수주 후 설치·유지보수까지 이어지는 B2B 고정 수익 모델로 경기와 계절에 좌우되지 않는 사업 체질을 형성할 수 있다. 미국 다이킨과 캐리어 등 글로벌 선도업체들도 스마트센서, 원격 제어, 통합 유지관리 플랫폼을 결합한 ‘서비스형 공조(SaaS)’ 체제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추세다.

LG전자는 역시 고부가 공조 시장의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시스템 제어 지능화와 유지관리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버터 기반 냉방 알고리즘, 클라우드 연동 원격 진단, 모터 수명 예측 등 고정밀 제어 기술을 활용해, 장시간 고가동 환경에서도 효율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지난 5월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자사 냉방 기술을 공개하는 HVAC 기술 데모 시연회를 열고, 북미·중동·인도 주요 설계·시공 파트너를 초청한 ‘HVAC 리더스 서밋’을 개최했다. 행사를 통해 현장 적용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B2B 수주 기반을 넓히는 실질적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다.

지난해 노르웨이 기반 온수 솔루션 기업 OSO를 인수한 LG전자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HVAC·온수 통합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냉난방 설비의 설계·공급을 넘어 설치와 유지관리까지 아우르는 ‘풀 스택’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선 자회사 LG하이엠솔루텍을 통해 시공 및 유지보수(MRO) 역량을 내재화, 이 같은 통합 운영 체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에도 적극 연계하고 있다.

한 가전 업계 관계자는 “전통 가전은 계절, 수요, 관세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이 출렁일 수 있지만, HVAC는 B2B 기반 고정 수익 모델과 고효율·친환경 수요 확산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성이 뚜렷한 영역”이라며 “LG전자가 올여름 실적을 뒷받침한 건 단순한 폭염이 아니라, 공조 산업의 구조적 전환 흐름을 정조준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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