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최근 추진중인 좌석 개편안을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장거리 노선 항공기의 이코노미 좌석 간 간격이 좁아지면서 승객의 편의를 포기하고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항공업계는 이번 좌석 개편이 대한항공의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3000억원을 들여 주력 대형기인 '보잉 777-300ER' 11대를 리뉴얼 한다. 이번 리뉴얼의 골자는 좌석 체계 개편이다. 기존 일등석은 폐지되고, 그 자리에 신규 등급인 '프리미엄 좌석'이 신설된다. 아울러 기존 프레스티지석과 이코노미석의 좌석 배치도 변경된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부분은 이코노미 좌석 구성 변경이다. 대한항공은 기존 3-3-3 구조의 이코노미 좌석을 3-4-3 구조로 재배치한다. 이로 인해 총 3개 영역 중 중간 영역의 좌석이 하나 더 늘어난다. 좌석 수가 증가하는 만큼 공간은 좁아진다. 이코노미 좌석의 너비는 기존 18.1인치(약 46cm)에서 17인치(약 43cm)로 약 2.54cm 줄어들 예정이다. 앞뒤 좌석 간격은 기존과 동일한 34인치(약 86cm)를 유지한다.
이코노믹 좌석이 늘어난 만큼 비행기 전체 좌석수 또한 기존 291석에서 328석으로 증가했다. 한정된 공간에 37석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프레스티지 좌석은 56석에서 40석으로 축소된다. 좌석 구성도 기존 2-3-2 배열에서 1-2-1 배열로 변경돼 좌석당 공간이 넓어질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모든 프레스티지 좌석을 '프레스티지 스위트 2.0'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좁아지는 이코노미 좌석에 대한 불만은 거세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좁은 이코노믹 좌석을 더 좁게 만들면 닭장과 다름 없어진다"는 비판부터 "한국인 평균 체격이 커지고 있는데 좌석이 비좁아지는 것은 서비스 퇴행으로 지나친 급 나누기다"란 비판까지 나온다. 한국소비자연맹 또한 "단순한 좌석 개조를 넘어 승객 1인당 공간을 축소해 장시간 비행의 편의성과 안전성까지 위협하는 조치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번 대한항공 좌석 리뉴얼이 승객의 '편의'가 아닌 '수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비판의 수위를 더하고 있다. B777-300ER이 운항 중인 뉴욕 노선에 대한 가격 변화를 비교한 결과 운항당 9%가량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항공 뉴욕 노선의 경우 11월 평일 기준으로 이코노미 좌석(227석)은 100만원, 프레스티지석(56석)은 240만원, 일등석(8석)은 650만원으로 모든 좌석이 매진될 경우 좌석 값만으로 총 4억134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좌석 리뉴얼 이후에는 이코노미(248석) 100만원, 프리미엄(40석) 110만원, 프레스티지(40석) 240만원으로 총 3억88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표면적으로는 리뉴얼 후 매출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운항률이 이코노미석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산은 달라진다.
항공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일등석과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의 운항률을 각각 25%와 50%로 본다. 반면 이코노미석의 운항률은 90%다. 해당 운항률을 적용할 경우, 대한항공의 기존 좌석 구성은 평일 뉴욕 노선 기준으로 2억8450만원이 수익이 나온다. 리뉴얼 후 예상 좌석 판매 수익은 3억1080만원으로 계산된다.
대한항공은 새롭게 내놓은 프리미엄 좌석을 통해 더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프리미엄 좌석의 경우 보통 이코노믹 정상 운임 대비 약 110%의 가격에 판매이다. 10% 정도의 추가 요금을 통해 발받침대가 탑제된 19.5인치(약 50㎝)의 넓은 좌석과 프리미엄급 기내식을 경험할 수 있단 게 사측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규 도입한 프리미엄석 서비스를 더 많은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앞으로도 승객들의 세분화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수익을 추구는 당연하지만 일이지만 기존 서비스를 퇴화시키면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수익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소비자들의 불편을 늘리면서 까지 수익화를 추구하면 안된다"며 "특히 대한항공과 같이 특정 업계를 독점하다 싶이 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의 권리 보호에 더욱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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