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를 많이 하는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9'의 한국 기준 공급가는 14만5900원이다. 반면 미국 공식 가격은 268달러(약 37만1850원) 이상으로 한국 대비 2.5배가 넘는다.
실제로 미국 약값은 한국보다 평균적으로 4배 가까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의약품은 5.7배, 브랜드 신약은 7배이며, 매출상위 60개 품목을 비교하면 8.4배나 더 비싸다. 왜 그럴까?
미국만 약값 바가지 씌웠나?
트럼프가 제약사에 화난 이유
도널드 트럼프(79) 대통령은 "미국 약값이 한국 등 다른 나라들보다 4배 안팎 더 비싸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에 강력하게 값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그는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미국 환자들에게 가장 낮은 국제약가(최혜국 대우)를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미국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와 메디케어(65세 이상 대상) 공공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도 출시 초기부터 저렴한 약값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는 복잡한 약품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불필요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제약사가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또 입버릇처럼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혁신 신약에 무임승차하고 있으며, 제약사들이 약가를 인하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한국 약값이 미국보다 싼 이유
건강보험제도 등의 차이 때문
우선 미국의 약값은 자유시장 경제제도로 결정하는 구조다.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가 없다. 제약사는 신약의 가격을 사실상 시장(수요)에 맞춰 맘대로 정할 수 있다. 민간 보험사, 약국단체 , 유통업체 등과 개별적으로 가격을 협상한다. 제약사들이 미국에서는 가격상한선이나 통제규정이 거의 없어 같은 약이라도 훨씬 더 비싼 값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주도의 '강력한 약값 통제'를 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정부가 신약 및 기존 약의 보험 급여 여부와 약값을 결정한다. 신약으로 등재되려면 반드시 비용 효과성 분석(HTA) 을 거쳐야 하며, 약값은 글로벌 7개국 평균이나 그보다 낮게 정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가격인하 정책도 주기적으로 시행하기까지 한다.
반면 미국의 약값 결정구조는 시장경제를 따르다 보니 우리보다 훨씬 복잡하다. 제약사→도매상→약국이익관리업체→보험사/약국→소비자의 단계가 있다. 미국은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마진과 리베이트가 붙어 약값이 상승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행정명령 내려도
의회의 동의없이는 불가능
더구나 미국 제약회사들은 세계 최대 로비 집단중 하나로 손꼽혀 약값 인하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의회 로비와 언론 캠페인, 소송 등을 총동원해 막아내고 있다. 실제로 미국제약협회와 바이오협회 등은 트럼프의 약값 인하 정책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다.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약값을 인하하려해도 의회의 동의없이는 즉시 집행할 수도 없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모든 국민의 건강보험제도로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약값을 직접 정하기 때문에 소비자(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전체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은 민간보업제도가 근간이 돼 보험업체에 따라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다를 뿐더라 약값 자체가 매우 높에 책정돼 있다.
그렇다면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시장에서 상품값이 결정되는 자유시장 경제구조가 더 싸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부 주도의 공산주의 같은 계획경제를 해야 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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