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우리말 단위 표현의 특징
단위를 나타내는 말 가운데는 사람의 몸, 특히 손이나 팔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 많다. 먼저 뼘이 있다.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벌린 길이는 장뼘,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편 길이는 쥐뼘,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는 집게뼘, 줄여서 집뼘이라고 한다.
뼘으로 길이를 잴 때는 '뼘는다'고 하는데, 뼘에서 길이가 한 뼘쯤 되는 물건 또는 물고기를 일러 뼘치라고 한다.
줌은 주먹으로 한 번 쥘 만한 분량으로 움큼과 거의 같은 뜻이고, 모숨은 모나 풀, 담배같이 길고 가는 것의 한 줌 또는 한 움큼을 말한다. 아름은 두 팔로 껴안은 둘레의 길이, 발은 두 팔을 잔뜩 벌린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실이나 새끼 같은 것의 한 발쯤 되는 길이는 바람이라고 한다.
길은 사람 키의 한 길이를 뜻한다. 따라서 속담에 나오는 열 길 물 속이란, 사람의 평균 키를 170cm라고 할 때, 17m 정도 깊이의 물속이 된다.
돈을 세는 단위는 푼으로 시작된다. 푼은 하나를 백 개의 조각으로 나눴을 때의 한 조각을 말하는 것으로 퍼센트(%)와 통하는 말이다. 한푼의 열 배가 돈, 한돈의 열 배가 냥, 한냥의 열 배는 쾌라고 한다.
쾌는 열냥을 뜻하기도 하지만, 북어 스무 마리를 세는 단위이기도 하다.
무게의 단위는 푼, 돈, 냥까지는 돈을 세는 단위와 같지만, 그다음에는 관을 쓴다. 한 관은 약 3.75㎏이고, 1천 돈이 한 관이니까 한돈은 3.75g, 한 냥은 37.5g 정도의 무게를 갖는 것이다.
곡식 같은 것의 분량을 재는 단위에는 섬, 말, 되가 있는데, 되의 십분의 일을 홉, 홉의 십분의 일을 사 또는 '되드리'라고 한다. 그런데 섬을 단위로 해 곡식을 셀 때 한 섬을 채우지 못하고 남는 양은 마투리, 말을 단위로 해 세고 남은 한 되쯤의 분량은 되사라고 한다.
또 되나 말, 자의 수를 셀 때 남는 반쯤 되는 분량은 가웃이라고 한다.
논밭의 넓이를 헤아리는 단위는 씨를 얼마만큼 뿌릴 만한가에 따라 섬지기, 마지기, 되지기 따위로 갈라진다. 갈이는 소 한 마리가 하루에 갈 만한 논밭의 넓이를 나타내는데, 하루갈이는 보통 2천 평 정도 된다고 한다.
꾸러미는 달걀 10개, 쌈은 바늘 24개, 톳은 김 40장(또는 100장), 축은 말린 오징어 20마리, 뭇은 생선 10마리, 두름은 굴비 20마리, 고리는 소주 10사발, 거리는 오이나 가지 50개, 접은 오이나 가지 또는 과일 100개를 세는 단위다.
헛갈리면 머리 아프게 따질 것 없이 달걀 한 개, 김 한 장, 오징어 한 마리 하는 식으로 넘어가면 된다. 몰라도 된다. 알면 더 좋겠지만.
◇ 참을 수 없는 형식의 매력
한국인의 가톨릭에 대한 호의(好意)는 유별나다. 질기게도 이어진 무수한 박해와 전교(傳敎)를 제힘으로 이뤄낸 자부심을 근세 역사 속에서 느껴왔고, 이 나라 민주화에 누구보다 먼저 떨쳐 일어나 포악하고 비루한 정상배(政商輩)들을 떨게 했던 현대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것은, 성당이라는 건축 공간과 미사라는 오묘한 행위가 주는 매력 요인이 아닐까 한다.
'미사', 이 제의식(祭儀式)의 강고한 형식미를 보자.
십자가, 제단, 사제, 신자의 구성으로 1천년을 넘게 이어온, 이 고요한 스펙터클은 어떤 이에게는 숨 막히는 답답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비로소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무게 있는 안식처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바라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수준 있는(?) 부류가 모여드는 이유다. 고딕과 아치, 프레스코 화(畵)와 스테인드글라스가 빚어내는 성당 고유의 아우라는 속세를 벗어난 피안의 모습으로 '미더운 형식'이리라.
형식이 내용을 이기는 더 비근한 예를 보자.
여성이 애인에게서 반지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A는 18K 반지를 감색(紺色) 케이스 그대로 가져왔다. 반면 B는 비록 14K 반지지만 케이스를 새로 포장하고 예쁜 카드에 사랑의 언사(言詞)를 쓰고 윤이 나는 작은 종이 가방에 넣어왔다.
누가 이 여성에게 호감을 살지는 명약관화하지 않겠는가?
현대는 소통의 시대라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Message)의 내용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메시지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방법(Method)이다. 직전 칼럼에서도 언급한 대로 '어떤 식으로, 어느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콘텐츠(내용)가 핵심이요 스토리텔링이 대세인 세상이라며 소리 높여 말하지만, 스타일(Style)에 고심하고 방점을 찍는 것이 더 윗길이다.
모름지기 이제 스토리(Story)보다 스타일(Style)인 세상이다.
요즘 도회지 성당에서 아쉬운 대목은 신자들의 긴 의자 허리 밑에 달린, 장궤틀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장궤하다'라는 동사도 엄연히 있다.
"몸을 세운 채 꿇어앉는 자세로 존경을 나타낸다. 가톨릭에서 미사를 볼 때 신자들이 하는 자세다."
장궤에 대한 표현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위한 배려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가톨릭의 '매력적 형식'을 놓치고 있는 게 더 크다는 생각이다.
어르신들은 장궤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앉아서 계시면 된다. 가톨릭 노인은 이해하실 것이다. 못 갖춘 형식에 대한 애달픔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