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카드사들이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의 생산성과 수익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황 부진과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AI 고도화’를 택한 것이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 등 6개 전업카드사의 2025년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급감했다. 1년 새 약 250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특히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24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35% 감소했다. KB국민카드(-29.1%), 우리카드(-9.5%), 삼성카드(-7.5%), 하나카드(-5.5%) 등 전사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카드론 규제와 연체율 상승의 이중 압박도 이어진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출 규제에서 카드론이 신용대출로 분류되며 취급 여지가 줄었고, 경기 둔화로 기존 대출의 연체율도 상승세다. 자금조달 여건 역시 악화돼 리스크 관리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존 수익 기반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업황 부진이 고착화되자 카드사들은 ‘디지털 생산성’ 강화를 통한 수익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AI’다. 고객 응대 서비스는 물론, 임직원 내부 업무 시스템, 마케팅, 사기 방지, 신사업 발굴까지 AI가 카드사 내부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내 AI 비서부터 초개인화 마케팅까지
AI 기술의 도입은 서비스의 디지털 고도화뿐 아니라, 조직 내부의 업무 효율성 개선에도 적용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사내 임직원을 위한 AI 개인비서 플랫폼 ‘아이나(AINa, AI Navigator)’를 도입했다. 생성형 AI 기반의 이 플랫폼은 방대한 업무 매뉴얼과 자료를 학습해 실시간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 탐색에 들던 시간을 대폭 줄여, 내부 비효율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카드는 AI 자체 기술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이후, 자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유니버스(Universe)’를 중심으로 B2B 소프트웨어 사업에 진출했다.
‘유니버스’는 고객 행동과 상태를 실시간 예측해 맞춤형 마케팅을 실행하는 ‘초개인화 플랫폼’으로, 지난해 일본 SMCC(Sumitomo Mitsui Card Company)에 수출되며 글로벌 진출에도 성공했다.
롯데카드는 고객센터에 AI 보이스봇을 도입해 ▲결제대금 조회 ▲이용내역 안내 ▲카드 한도 변경 ▲분실신고 등 주요 업무를 자동화했다. 이는 단순 인력 감축을 넘어서, 상담 질의 응답 시간 단축과 24시간 운영을 통한 고객 경험 개선으로 연결된다.
KB국민카드는 AI를 ‘사기 탐지’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 AI 기반 사고탐지시스템(FDS)을 고도화해 도난·분실은 물론, 피싱 등 신종 금융사기에도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 기존 정형적 이상 탐지에서 벗어나, 비정형 데이터 기반 예측이 가능한 ‘지능형 리스크 감지’로 진화 중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6월 ‘AI 추진팀’을 신설하고, 조직 차원의 AI 전략과 시장 변화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 도입’ 넘어 ‘수익 모델 전환’으로
카드업계가 AI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경쟁 때문이 아니다. 카드론을 비롯한 기존 수익 구조가 규제와 시장 변화로 빠르게 한계에 부딪히는 가운데, AI는 수익 구조의 ‘전환형 모델’을 가능케 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익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조직 생산성 제고와 신규 비즈니스 창출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며 “AI는 초개인화 마케팅, 사기 방지, 내부 효율화 등 전방위 수익 구조 혁신에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I는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금융’, ‘비용 절감형 운영 구조’, ‘신사업 플랫폼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구조 전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는 단기 실적 개선이 아닌, 중장기 생존 전략에 가까운 선택이다.
결국 AI 전환의 본질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전략 설계’에 있다. 기술을 단편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수익 모델과 조직 구조 전반을 AI 친화적으로 설계하고 연결하는 ‘구조적 재편’이야말로 카드사 생존의 관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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