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만 해도 황소개구리는 생태계의 공포 그 자체였다. 청개구리처럼 귀여운 외모 대신, 크고 울퉁불퉁한 몸에 굵은 울음소리, 뱀까지 통째로 삼키는 식성으로 국내 방송과 신문에 ‘괴물 개구리’로 자주 등장했다. 논과 저수지마다 퍼지며 토종 개구리, 물고기, 심지어 올챙이까지 잡아먹었다.
하지만 요즘 황소개구리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여러 매체의 댓글에는 “요즘은 황소개구리 거의 못 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국 토종 동물들, 황소개구리알을 먹어 치우다
천적도 없고, 막을 수도 없던 ‘괴물 개구리’에게도 결국 자연의 반격이 시작됐다. 처음 황소개구리가 국내에 들어왔을 땐 천적이 없었다. 토종 포식자들이 이 낯선 생물을 먹잇감으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소개구리는 빠르게 번식했고, 작은 개구리와 올챙이를 마구 삼켜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족제비, 왜가리, 가물치 같은 국내 동물들이 황소개구리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물치와 메기 등의 육식성 어류는 황소개구리의 알과 올챙이를 적극적으로 잡아먹는다.
조류나 포유류 천적들도 황소개구리를 ‘단백질 간식’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전남 신안 하의도에서는 10년 새 황소개구리 수가 50분의 1로 줄었고, 평택 저수지에선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청주 무심천에서는 2012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생태계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렇게 무적 같던 황소개구리는 생태계에 자리 잡았지만, 개체수는 확연히 줄었다. 이를 ‘시간이 만든 적응’이라고 표현한다. 수십만 년 동안 느리게 흘러가는 자연 생태계 속에서 황소개구리는 단 몇십 년 만에 토종 포식자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 셈이다.
비슷한 일은 미국에서도 벌어졌다. 루이지애나주에서 미시시피주를 거쳐 서부로 퍼지던 황소개구리 역시,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지역 생태계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뱀을 잡아먹는 장면이 뉴스에 등장할 만큼 충격이 컸지만, 10년쯤 지나 그 존재감은 점차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똑같은 길을 밟은 것이다.
물론 황소개구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아직도 일부 지역 저수지에선 발견되고 있고,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한때 모든 생물을 위협했던 그 위세는 눈에 띄게 꺾였다.
외래종 동물과 인간의 관계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초, 단백질 공급을 목적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당시만 해도 생태학적 분석이나 생물 간 관계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생태계 교란이다. 뉴트리아는 모피와 식용을 위해, 거북류는 관상용으로, 가재는 애완용으로 들어왔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도입한 외래종 대부분이 방치되면서 문제를 일으킨 셈이다.
다행히 황소개구리는 인간의 손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과 토종 동물들의 적응력 덕에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교란 종은 포식자 부재로 인해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외래종의 유입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불법 반입 동물들이 적발되거나,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있는 종들이 여전히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결국 생태계 교란 문제의 시작점도, 해결의 열쇠도 인간에게 있다. 외래종을 도입하거나 방사할 때, 한 종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종이 미칠 연쇄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건강한 토종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그래야 외래종의 침입이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