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27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뿐만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 시장까지 급격한 거래 위축을 겪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됐던 빌라 시장이 올해 상반기 들어 점차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대출 제한 강화로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발길이 다시 끊기고 있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지역 빌라 매매 건수는 2,144건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6월의 3,845건에서 44.2%나 급감한 수치다. 임대차 거래 역시 같은 기간 1만462건에서 7,934건으로 24.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초인 현재까지 집계된 빌라 거래는 매매의 경우 32건, 임대차는 322건에 불과해 그야말로 ‘거래 절벽’이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업계는 이러한 거래 급감의 배경으로 ‘DSR 3단계 적용’과 대출 한도 축소를 꼽았다. 실수요자는 물론 소액 갭투자를 노리는 투자자들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빌라 수요가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엔 적은 자본으로 빌라에 투자하려는 문의가 많았지만, 지금은 대출이 안 되면 사실상 매매 자체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출규제와 함께 전세사기를 피하고자 수요 자체도 감소하면서 빌라 시장 위축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전세사기 리스크를 안기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월세 계약을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매물만 쌓이고 실수요는 줄어드는 이중고가 빚어지고 있다.
은평구 녹번동의 한 임대인은 "전세 2억 원에 내놓은 집이 몇 달째 문의도 없다"라며 "결국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로 방향을 바꿨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출규제로 빌라 수요까지 모두 침체기 들어서
무엇보다 기존에 갭투자로 빌라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역전세난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마포구 상수동의 한 직장인 A씨는 "3억 원에 빌라를 샀는데 한때 6억 원까지 간 매물이 지금은 문의조차 없다"라며 "전세금 만기일이 다가오는데 돌려줄 돈이 없어 밤에 잠도 못 잘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시장 전문가들은 갭투자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들까지 시장을 이탈해 빌라 거래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과거엔 빌라가 아파트로 가기 전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 표현조차 무색하다"라며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에게도 장벽이 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빌라로 수요가 일부 전이됐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본적으로 빌라는 개발 호재가 없으면 아파트보다 시세 상승 여력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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