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안녕 런던] ② '울보에서 남자로' 눈물로 완성한 토트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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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안녕 런던] ② '울보에서 남자로' 눈물로 완성한 토트넘 10년

풋볼리스트 2025-08-05 20:04: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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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홋스퍼). 쿠팡플레이 제공
손흥민(토트넘홋스퍼). 쿠팡플레이 제공

[풋볼리스트] 손흥민의 런던살이가 끝났다. 이젠 로스앤젤레스(LA)다. 손흥민은 지난 2일 국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토트넘홋스퍼를 떠난다는 최근 루머가 맞다고 인정했다. 이튿날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비공식 경기를 치르며 동료 및 관중들의 성대한 배웅을 받았다. 행선지는 LAFC가 유력하다. 결산 기사를 100개든 200개든 쓸 수 있을 정도로 역사가 쌓였지만 곧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야 하기에, 그가 북런던 레전드로 올라선 10년 여정을 키워드 세 개로 정리했다(편집자 주).

특유의 밝은 미소로 유명한 손흥민이지만 그의 토트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반대로 눈물 투성이다. 열망하던 목표가 산산이 부서진 날부터 마침내 꿈을 이룬 순간까지 손흥민은 울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를 약함의 상징이라고 했지만 손흥민의 눈물은 조금 달랐다. 그 눈물은 패배의 산물이 아닌 그가 얼마나 축구를 깊이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진정한 남자가 된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흘린 5번의 눈물을 돌아본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눈물의 시작: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다

손흥민은 2018-2019시즌 토트넘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8강 맨체스터시티전 3골을 포함해 토트넘의 기적 같은 여정을 이끈 손흥민은 박지성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로 UCL 결승 무대를 밟았고, 리버풀을 상대로 생애 첫 빅이어를 꿈꿨다. 그러나 결승전은 혹독했다. 손흥민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졸전 끝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토트넘은 전반 2분 만에 모하메드 살라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고 후반 42분 디보크 오리기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0-2로 완패했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채 눈물을 쏟았고, 가장 늦게 메달을 받은 뒤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처음 좌절을 맛봤다.

오열하는 손흥민(토트넘홋스퍼). TNT 스포츠 캡쳐
오열하는 손흥민(토트넘홋스퍼). TNT 스포츠 캡쳐

▲고통의 눈물: 그를 괴롭혔던 죄책감

첫 좌절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 손흥민은 전혀 다른 이유로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1라운드 에버턴전에서 그는 의도치 않은 사고로 깊은 죄책감에 빠졌다. 후반 33분 의욕이 앞선 손흥민이 안드레 고메스에게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다. 중심을 잃은 고메스는 착지 도중 발목이 완전히 꺾였고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이 장면을 목격한 손흥민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오열했다. 부상 상태를 확인한 주심은 경고를 번복했고 손흥민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충격과 자책에 휩싸인 손흥민은 이후 심리 치료를 받을 만큼 큰 내적 고통을 겪었다. 이 눈물은 상대의 부상에 대한 미안함이자, 축구를 향한 손흥민의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는 2시즌 연속 서로 다른 이유로 또 한 번의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SPOTV NOW 중계화면 캡쳐
손흥민(토트넘홋스퍼). SPOTV NOW 중계화면 캡쳐

눈물의 무력감: 또 한 번의 결승 패배 그리고 ‘무관의 제왕’

시간이 흘러 팀의 중심에서 두 번째 결승전에 나섰지만, 손흥민의 간절함은 시련 앞에 무너졌다. 토트넘은 2020-2021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 진출하며 UCL 결승 이후 2년 만에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노렸다. 결승을 앞두고 손흥민은 “결승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지 않는다. 우승한 후에 기뻐하고 싶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또다시 좌절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팀 내 최다 턴오버(14회)를 기록했고, 잦은 패스 미스로 고전했다. 현지 언론은 손흥민에게 최저 평점을 부여하며 혹평을 쏟아냈다. 토트넘 역시 맨시티에 0-1로 패하며 트로피를 놓쳤고, 손흥민은 다시 한 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개인 기록은 최고였지만, 또 한 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손흥민에게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까지 따라붙었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눈물의 보상: 마침내 완성된 서사

오랫동안 손흥민의 눈물은 조롱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2024-2025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서 마침내 그 눈물은 찬란한 결실로 이어졌다. 개인 성적으로는 최악의 시즌이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폭발력이 떨어졌고, 잔부상에 시달렸다. 손흥민은 입단 첫 시즌 이후 처음으로 PL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토트넘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순한 공격 포인트만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유로파리그 결승을 앞두고 토트넘 선수단은 “손흥민을 위해 우승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로 뭉친 토트넘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17년 만에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3전 4기 끝에 손흥민은 마침내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고 태극기를 두른 채 동료들과 뜨겁게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토트넘 인스타그램 캡쳐
손흥민(토트넘홋스퍼). 토트넘 인스타그램 캡쳐

눈물의 이별: 캡틴, 오 마이 캡틴

“영어도 못하는 23살 소년이 남자가 돼 떠난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10년 동행에 작별을 고했다. 올여름 손흥민은 프리시즌 일정을 위해 방한했다. 거취가 불분명했던 손흥민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직접 이별을 발표했다. 그렇게 3일 뉴캐슬유나이티드와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는 손흥민의 고별전이 됐다.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65분가량 그라운드를 누빈 뒤 교체됐다. 그 순간 양 팀 선수들은 양쪽으로 도열해 전설의 마지막 길을 예우했다. 벤치로 돌아온 손흥민은 만감이 교차한 듯 눈시울을 붉혔고, 경기 후에는 동료들의 헹가레 속에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마지막 눈물을 쏟았다. 좌절로 시작한 손흥민의 눈물은 마침내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회의 눈물로 그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의 눈물에는 간절함, 죄책감, 책임감 그리고 축구를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없이 주저앉고도 다시 일어났던 손흥민은 울 때마다 더 강해졌고, 마침내 그 눈물이 스스로의 커리어를 완성해냈다. 손흥민의 10년은 눈물로 쓰인 가장 찬란한 이야기였다.

글= 김진혁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쿠팡플레이, TNT스포츠, SPOTV, 토트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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