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작열한다. 작열은 군더더기 없고 숨 쉴 틈 없는 격투기 선수의 소나기 펀치 같다. 용광로 같은 더위는 폭서라는 수식어도 모자란다.
품격 있는 바람이 필요하다. 종일 에어컨 앞에 있으면 바람의 가치를 잊는다. 동요 산바람 강바람은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준대요’라고 한다. 서늘하다의 어감은 엄청난 땀 뒤에 얻는 소중한 대가이자 납량 특집 유령의 손처럼 간담을 녹이는 형용사다. 회전하는 선풍기 바람이 내 앞에 올 때 비움과 채움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바람을 기다리는 사이의 미학, 그게 쉼이다. 스케치북을 정리하다가 지난 여름휴가 때 그린 남원 광한루 앞의 어떤 풍경을 발견했다. 딱 이맘때다. 벌써 누렇게 변한 고전처럼 세월의 깊이를 느낀다. 오랜만에 나무를 주제로 스타필드 수원의 작은 미술관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수원문화재단과 기업이 협업한 일종의 메세나다. 장소의 특성상 대작들을 빼고 비교적 가벼운 것들로 대체했다. 수원문화재단의 작은 미술관 사업은 수원시의 적극 행정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팔월 한 달 진행되는 이 전시가 모쪼록 시민들의 작은 휴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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