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향후 기대수명 증가세가 둔화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가계부채 비율은 감소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 기준 대한민국의 2025년 1/4분기 말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3%로 집계됐다.
이는 스위스(125.8%), 호주(112.0%), 캐나다(100.4%), 네덜란드(91.9%)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KDI는 기대수명 증가와 연령대별 인구 구성 변화 등 인구구조와 관련된 요인들이 가계부채의 중장기 추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기대수명 증가는 가계의 자산 축적 동기를 강화함과 동시에 고령층의 소비를 줄이는 경향을 유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가계의 자산은 금융자산과 실물(주택)자산으로 나뉘는데, 주택 보유 비율이 높은 중고령층(45세 이상)은 거래가 간편하고 비용이 낮은 금융자산을 축적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잔여 수명이 긴 청장년층(25~44세)은 거래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장기간 주거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주택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는 청장년층이 중고령층이 공급한 자금을 차입해 주택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경제 내 연령대별 인구 구성변화도 가계부채의 추세적 증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I는 “가계의 소득은 청년기 때 낮은 수준으로 시작해 점차 증가하고 50대 중반 무렵에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일정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가계는 주로 30~40대에 차입을 통해 미래 소득을 앞당겨 소비하고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부채를 상환해 노후에 대비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50대 이상의 중고령층은 자금 공급자 역할을 수행하고, 청장년층은 자금 수요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연령대별 인구 구성의 변화에 따라 저축과 차입 수요도 함께 변동하므로, 저출생이 지속돼 인구가 고령층으로 구성될 경우 자금 수요는 축소되고 가계부채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KDI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럽연합(EU) 가입국 등 35개국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기대수명이 1세 증가할 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4.6%p(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청장년층 인구 비중이 1%p 감소하고 고령층 인구(65세 이상) 비중이 1%p 증가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1.8%p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33.8%p)을 분석하면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상승 폭이 28.6%p, 연령대별 인구 구성 변화에 대한 상승 폭은 4.0%p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기대수명 증가세 둔화와 고령화 심화 현상 등을 고려했을 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수년 내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루 위원은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가계부채 비율 상승은 제한되고, 고령인구 비중 증가로 인한 가계부채 비율 하락이 확대될 것”이라며 “2070년도에는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약 27.6%p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추이가 인구구조 단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므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임의의 총량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는 차주의 상환능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예외조항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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