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만 봤는데..." 한국서 우글우글 대거 발견된 '생태계 위협'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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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만 봤는데..." 한국서 우글우글 대거 발견된 '생태계 위협' 곤충

위키푸디 2025-08-05 17: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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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 / PeingjaiChiangmai-shutterstock.com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 / PeingjaiChiangmai-shutterstock.com

한여름 무더위 속, 이례적인 곤충 출현이 남해안 생태계에 경고등을 켰다. 동남아시아 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외래 곤충이 국내 자연 생태계에서 무리를 지어 발견됐다. 문제는 이 곤충이 포도나무나 칡 등 덩굴 식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라는 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잎벌렛과에 속하는 이 곤충은 '사그라페모라타(Sagra femorat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흔히 서식하는 '알통다리잎벌레'와는 다른 종으로,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핑크빛이나 자줏빛 광택의 등껍질과 개구리 뒷다리처럼 굵은 뒷다리가 특징이다. 주로 동남아시아 전역에 서식하지만, 최근 남해안에서 관찰된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칡 줄기에 무리 지어… 해충 정착 경고등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 무리 / 유튜브 'TV생물도감' 캡처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 무리 / 유튜브 'TV생물도감' 캡처

지난달 29일 유튜브 채널 ‘TV 식물도감’에는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가 남해안 칡 줄기에서 무리를 이룬 장면이 공개됐다. 일부는 짝짓기 중이었고, 덩굴식물 표면에 다닥다닥 붙은 개체 수는 적지 않았다. 영상에선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로 소개됐지만, 국내 공식 명칭은 아직 없다.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는 이름과 생김새만큼이나 눈에 띄는 피해를 유발한다. 잎과 줄기를 갉아 먹고 줄기 내부로 알을 낳기 때문에 생장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특히 칡, 포도나무처럼 줄기와 잎이 중요한 덩굴 식물에 치명적이다. 일본과 대만에서는 이미 골칫거리 해충으로 분류돼 있다.

국내에서 유입된 기록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2년, 2014년, 2021년 세 차례 해외 선박을 통해 들어온 사례가 있었지만, 대량 번식이나 고착된 정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관측은 자연 서식지에서 무리를 지어 출현한 만큼, 본격적인 정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충 상태로 나무 속에서 성장… 방제도 쉽지 않아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 / 유튜브 'TV생물도감' 캡처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 / 유튜브 'TV생물도감' 캡처

이 곤충은 줄기 내부로 파고들어 산란한 뒤 유충 상태로 머무르며 식물 내부 조직을 서서히 훼손한다. 유충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약제로 방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빠르게 번식하는 특성이 있다. 크기는 2.3~3.5mm 수준이지만 등껍질이 단단하고 빛을 반사하는 구조라 천적이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농작지나 자연생태계에서의 방제 조치가 늦어질 경우, 국지적 생태계 붕괴도 우려된다.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의 정착 가능성은 기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생물 전문가들은 이 곤충의 북상 이유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선호하는 외래 곤충들이 해마다 한반도 남부 지역에 출현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립생물자원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 정착한 아열대성 곤충은 17종에서 38종으로 급증했다.

2022년에는 아열대 종인 '노랑알락하늘소'가 제주도에서 관측됐고, 2023년에는 중국·태국에 서식하는 '큰활무늬수염나방'과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이 제주도에서 잇달아 확인됐다. 점차 아열대화되는 한반도의 환경이 외래종의 번식과 정착을 쉽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작물 피해 우려… 검역본부 긴급 대응 나서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 / Sittsak Srisom-shutterstock.com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 / Sittsak Srisom-shutterstock.com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자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환경부 국립생태원과 함께 긴급 대응에 나섰다. 현재는 발생 정도와 범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필요시 각 지자체와 연계해 긴급 방제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경고한다. 조희욱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박사는 “국내에 유사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종이 없어 예측 불가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농가나 산지에서 무심코 방치할 경우, 피해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널리 퍼지며 사람들의 관심을 끈 만큼, 관찰된 개체를 포획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외래 해충은 이동 경로를 통해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발견 즉시 사진 촬영 후 신고… 옮기지 말아야

만약 야외에서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로 보이는 곤충을 목격했다면, 절대 손대지 말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한 뒤 관할 지자체나 국립생태원,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협조를 강조한다. 외래종 정착 초기에 철저한 대응이 이뤄져야 장기적으로 생태계 파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충이 늘고 있는 지금, 경계심 없는 행동 하나가 지역 전체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

당분간 남해안과 인근 지역에서는 유사한 곤충의 발견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특이한 외형에 현혹되기보다, ‘생태계 위협종’이라는 본질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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