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우선주의' 해묵은 전통 뒤엎은 33세 무슬림 '뉴욕 혁명' 주역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엘리트 우선주의' 해묵은 전통 뒤엎은 33세 무슬림 '뉴욕 혁명' 주역들

르데스크 2025-08-05 16:47:55 신고

3줄요약

최근 미국 정치 지형의 판도를 바꿀만한 굵직한 사건이 벌어졌다. 오는 11월 뉴욕시장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무슬림 이민자 출신의 33세 정치 신예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시장 예비후보가 무려 뉴욕주지사를 3번이나 지낸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를 제치고 공식 시장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정치적 경험과 자금, 조직력에서 모두 열세였던 맘다니의 승리는 '언더독의 반란'으로 평가되는 동시에 무슬림 세력의 권력 진출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맘다니 열풍' 뒤엔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 이른바 '그림자 팀'의 역할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1%에서 35%로 급등, 33세 무슬림 정치 신인에 열광한 뉴욕 민심

 

미국 현지 정치 분석기관 슬링샷 스트래지스가 뉴욕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월 기준 맘다니의 지지율은 35%로 경쟁자인 ▲앤드루 쿠오모(무소속·25%) ▲커티스 슬리와(공화당·14%) ▲에릭 애덤스(민주당·11%) 등을 크게 앞섰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맘다니 예비후보는 지지율이 1%에 불과해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파격적인 진보 정책과 SNS에 기반한 캠페인 전략으로 청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고 마침내 민주당 경선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쿠오모를 꺾고 뉴욕시장 후보로 선정됐다. 쿠오모는 민주당 소속으로 과거 뉴욕주지사 3연임(2011~2021년)에 성공했을 만큼 강력한 지지층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경선 패배 후 곧바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맘다니는 1991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난 인도계 무슬림으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줄곧 미국에서 자랐다. 그의 집안은 이민자 가정임에도 꽤 유복한 편이었다. 아버지 '마흐무드 맘다니'는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 중인 세계적인 석학이며 어머니 '미라 네어'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덕분에 학창시절부터 엘리트 교육을 줄곧 받아왔으며 대학 졸업 후엔 정치 외 분야에서의 경력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뉴욕의 브롱스 과학고와 보든 칼리지를 졸업했다. 정치 입문 전에는 뉴욕시에서 주거권 운동가이자 랩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2020년 그는 4선 현역의원을 꺾고 뉴욕주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주거·교통·에너지 분야의 혁신을 외치며 재선,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이민자 출신임에도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 [사진=연합뉴스]

 

미국 현지에선 맘다니가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 '특유의 현장 정치'를 꼽고 있다. 그는 기부자 만찬이나 타운홀 미팅에 머무르지 않고 지하철역에서 유세를 벌이고 수많은 가구를 직접 방문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캠페인을 전개했다. 주요 공약 역시 ▲아파트 임대료 동결 ▲무료 보육정책 ▲무료 대중교통(버스) ▲부유층 증세 등 평범한 서민들이 호응을 할 만한 내용을 내세웠다. 그는 선거 과정에도 시민들이 직접 유세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선거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전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에는 민주사회주의 단체, SNS 인플루언서, 정치 세력 등으로 구성된 '그림자 팀'의 든든한 지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DSA, 오바마 전략가, 할리우드 스타까지…뉴욕 MZ세대를 사로잡은 맘다니의 '그림자 팀'

 

'그림자 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맘다니의 정치 행보를 물심양면 돕고 있는 일종의 조력자 집단을 일컫는다. 현재 맘다니의 그림자 팀을 구성하는 세력은 크게 세 집단으로 구분된다. 우선 맘다니가 속한 미국 민주사회주의 단체 'DSA(민주사회주의자 모임)'가 꼽힌다. 미국은 양당제 구조로 인해 제3세력이 제도권에 진입하기 어렵지만 DSA는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직의 영향력을 넓혀왔다. 특히 DSA 뉴욕 지부는 맘다니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DSA 뉴욕 지부는 6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뉴욕 곳곳을 돌며 일대일 대면 방식으로 유권자를 직접 설득했다. 당시 캠페인에 동원된 인원수는 미국 정치운동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다. DSA 뉴욕 지부는 자원봉사자의 활동 횟수에 따라 포스터, 티셔츠, 비니, 토트백, 반다나 등 굿즈 등을 제공하며 꾸준한 참여를 유도했다.

 

해당 캠페인을 책임진 인물은 오바마 캠프의 마케팅 전략가 출신 '타샤 반 오켄(Tascha Van Auken)'이다. 반 오켄은 2008년 오바마 캠프에 몸담던 시절 뛰어난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미국 정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이후 DSA 뉴욕 지부에 가입해 DSA 출신 정치인인 줄리아 살라자르(Julia Salazar) 현 뉴욕주 상원의원과 파라 수프랜트 포레스트(Phara Souffrant Forrest) 현 뉴욕주 하원의원 등을 모두 선거로 이끌며 '킹메이커'로 이름을 떨쳤다. 이번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선 그는 단순한 운영자가 아닌 조직의 스케일과 전략 구조를 모두 설계하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캠페인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SNS에 적극 공유하면서 유세 현장이 콘텐츠로, 다시 콘텐츠가 추가 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직접 만들어 내기도 했다.

  

▲ 조란 맘다니 지지를 선언한 미국의 유명인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할리우드 배우 신시아 닉슨(Cynthia Nixon), 팝 가수 로드(Lorde), 팝 가수 메기 로저스(Maggie Rogers), 코미디언 보언 양(Bowen Yang). [사진=개인 SNS 갈무리]

 

그 과정에서 SNS 인플루언서들까지 유세에 동참하면서 맘다니 열풍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맘다니 열풍을 부채질 한 대표적인 인물은 전설적인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할리우드 배우 신시아 닉슨(Cynthia Nixon)이었다. 닉슨은 178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맘다니의 유세 현장과 자원봉사자들의 캠페인 영상, 지지 메시지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했다. 지난 2023년에는 맘다니가 주최한 이스라엘 가자 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단식 시위에도 함께 참여했다. 닉슨의 정치 참여는 단지 뉴욕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맘다니의 선거 과정을 하나의 문화 운동으로 승화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미 어워드 2회 수상자인 팝 가수 로드(Lorde), 빌보드 차트에 다수 이름을 올린 팝 가수 매기 로저스(Maggie Rogers) 등 현재 전 세계 MZ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팝스타들도 맘다니 열풍의 핵심 인물로 꼽혔다. 1132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로드의 경우 지난 뉴욕시 민주당 경선 직전 열린 자신의 새 앨범 팝업 리스닝 행사에서 자신의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동시에 맘다니에 대한 공개 지지 메시지를 보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미국 현지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의 출연진인 보언 양(Bowen Yang)과 셰라 셔먼(Sarah Sherman) 등도 모두 자신의 SNS에 직접 맘다니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맘다니 열풍'을 부채질 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맘다니를 지지하는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뉴욕주 제 14구를 지역구로 하는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다. 오카시오 코르테스는 미국 역사상 최연소 여성 연방하원의원이다. 그는 "맘다니는 뉴욕시민의 분노와 희망을 동시에 대변하는 인물이다"고 평가하며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 대부분에 직접 참여했다. 상원에서는 수년간 민주당의 대선 잠룡으로 불려온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지금 이 나라는 맘다니 같은 리더를 필요로 한다"며 공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도 뉴욕주 검찰총장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 하원의원 니디아 벨라스케즈(Nydia Velázquez), 뉴욕시 공익옹호관 주마네 윌리엄스(Jumaane Williams) 등이 맘다니 지지자로 전해진다.

 

풀뿌리 민심이 이끈 맘다니 열풍에 미국 엘리트 사회 긴장…다른 나라도 사태 예의주시

 

▲ 미국 뉴욕시 맨허튼 남부에 위치한 월스트리트 안내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뉴욕시를 중심으로 생겨난 맘다니 열풍에 그동안 미국 사회를 지탱해오던 엘리트 중심의 주류 권력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맘다니 열풍이 뉴욕으로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미국 사회의 전반에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앞서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 당시 맘다니의 45세 미만 유권자 지지율은 52%로 경쟁자 쿠오모(18%)에 비해 무려 30%p 이상 높았다. 특히 18~34세 유권자에선 무려 63%에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선 이러한 결과를 공개적으로 밝히길 꺼려하는 분위기이며 지도부 일각에선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목소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찰스 슈머(Charles Schumer)와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 등은 맘다니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 큰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고소득층과 월가 주요 인사들이 그가 내놓은 부자 증세, 임대료 동결, 무료 보육정책 등에 극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매년 민주당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CEO는 맘다니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자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는 맘다니가 시장이 된다면 뉴욕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도 맘다니 열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내부의 권력 변화는 다른 나라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증시와 부동산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 특히 월가 자본의 유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월가 자본이 맘다니의 친(親) 노동자 정책에 부담을 느껴 자산을 회수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조정할 경우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도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대기업 및 스타트업 상당수도 뉴욕 본사·법인을 가지고 있거나 신규 설립을 고민하는 만큼 앞으로 치러질 뉴욕시장 선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