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5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1% 올랐다.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에서 안정된 반면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며 저소득층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물가 상승의 중심에는 가공식품 같은 필수 소비재 가격 급등이 자리한다. 가공식품 물가는 출고가 인상 영향으로 4.1%나 급등했다. 뜨거운 바다 탓에 수산물도 7.3%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찜통 더위에 안 그래도 시들해진 작물들이 폭우를 맞아 다 쓰러져 버렸다"며 "먹거리 물가와 관련해 폭염과 폭우가 극단적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건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찹쌀 42%, 쌀 7.6%, 고등어 12.6%, 마늘 18.7%, 달걀 7.5%, 커피 15.9%, 빵 6.4% 등의 상승률을 보였다. 급등한 품목은 주로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찾는 칩플레이션 품목이다. 칩플레이션은 값이 싸다는 의미의 '칩(cheap)'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성어다. 한은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며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되는 추세다.
먹거리 가격 상승 등 칩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소비자들의 지갑은 다시 닫힐 가능성이 높다. 소비쿠폰 등 겨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내수 경기는 다시 꺾일 수밖에 없다. 한은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2.1포인트 오른 110.8로 지난 2021년 6월(111.1)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내수 부양 관점에서 물가 안정이 특히 절실하다. 한은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높이는 칩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중저가 상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인데 8월에도 폭염과 장마가 신선식품과 외식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8월 집중호우, 폭염 등 여파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8월 전망 시 물가 경로를 면밀히 점검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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