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정부들어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및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한데 이어 군은 전날(4일) 남북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철거에 들어갔다.
대북확성기 설치는 윤석열 정부 시절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전방에 대거 설치, 가동해왔다. 4일 대북확성기 철거가 1년2개월만에 철거되면서 남북 접경지역에서 매일 벌어지는 '소리전쟁'은 이제 멈추게 됐다.
또한, 통일부는 북한 주민 접촉신고 처리 지침을 폐기하기로 했다. 선제적 조치를 통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 야외기동훈련도 일부 조정 될 것으로 보인다. 명목상으로는 '폭염'을 내세웠지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한미연합훈련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만큼 남북 관계 개선 차원이다.
군, 고정식 확성기 전량 철거…"긴장 완화 조치"
통일부, 민간 대북 접촉 제한 지침도 폐지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4일 고정식 대북 확성기 전량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군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6월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방송을 재개한 지 1년여만이었다. 이에 북한도 대남 방송을 중단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조치로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尹정부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한 대북 확성기 설치는 고정식과 이동식을 합쳐 확성기 40여 개를 동부와 서부 전선에 배치했다. 이재명 정부들어 군은 이동식 확성기 20여개는 지난 6월 대북 방송을 중단하면서 이미 철수했고, 2~3일에 걸쳐 20여개의 고정식 확성기를 철거할 예정이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의 대비 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며 "지난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후 후속 조치 차원에서 국방부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남방송을 중단했던 북한이 이번에도 호응해 대남 확성기를 철거할지 주목된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5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은 확성기를 일부 정비하는 모습이 있었고 철거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4일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VIP(대통령) 지시가 있어 확성기 중단이 됐었는데, 마땅히 그 연장선상에서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완전히 없어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민간의 대북 접촉을 제한해 온 지침을 폐지했다. 민간이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신고서를 제출했을 때 거부 기준을 담은 통일부 내부 지침을 없애 신고만으로 수월하게 대북 접촉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국가정보원이 수십 년간 운영해 온 대북 라디오와 TV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북한도 대북 방송 방해 용도로 보내던 방해 전파 10개 송출을 중단했다.
대통령실 "한미연합훈련, 약간의 조율"…실기동훈련 연기 논의
정부는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UFS) 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동영 장관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한미연합훈련 조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고, 관련 논의가 정부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4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약간의 조율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만일 조정이 이뤄진다면 야외 기동훈련(FTX)을 분산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UFS 기간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연습(CPX)은 예정대로 실시하되, 야외기동훈련(FTX) 중 일부는 폭염 등을 이유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FS 기간 연대급 FTX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중단됐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부활했다. 통상 30∼40건의 FTX가 진행되는데, 이 중 10여건이 연기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CPX 시나리오와 직접 연동된 FTX나 훈련을 위해 미군 장비를 들여와 진행하는 FTX는 연기하기 어렵지만, 나머지는 훈련 시기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단계로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19 군사합의는 남북이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지상·해상·공중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등을 하기로 한 합의다.
국힘 "文 정부 실패한 정책…김정은 웃음 소리 들려"
與 "남북 확성기 감축, 한반도 평화 앞당길 것"
이번 정부의 대북확성기 철거 조치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당장 국민의힘은 "북한 김정은의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하다"며 정부가 북한 눈치를 과도하게 본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4일 입장문을 내고 "대북확성기 철거는 제2의 오물풍선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돌아올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실패한 정책을 이재명 정부가 또 들고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한민국에서 북한 비위 맞춰서 이득 보는 사람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정치인들밖에 없지 않느냐"며 "문재인 정부 때 판문점 쇼를 통해 2018년 지방선거에서 크게 재미를 보더니만, 이번에도 크게 한몫 벌어볼 생각이냐"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북 확성기 철거가 아닌 유지·관리를 택해야 한다"며 북한의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최적의 수단을 스스로 없애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과 소련 간 핵무기 감축은 탈냉전을 이끌었고, 남북 확성기 감축은 한반도 평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남북 확성기 대결은 무의미하다 112만명 접경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에 시달렸고 건강·생명·안전 위협을 받으며 불안을 호소해왔다"며 "한반도 긴장은 확성기 볼륨만큼 고조됐다. 안보가 안보를 해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역시나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발끈하고 반대했다. 대북확성기로 우리가 얻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자녀가 확성기가 설치된 경계선에서 근무한다고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비이성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멈추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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