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둘러싸고 미국과 인도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해 이를 국제 시장에 되팔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인도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SNS '트루스소셜'를 통해 "인도는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돕고 있으며 크라이나에서 수많은 인명이 목숨을 잃는 현실에는 무관심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그 대가로 상당한 수준의 관세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말에도 인도를 향해 25%의 국가별 상호관세와 함께 추가 '벌칙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발언은 해당 상호관세 조치가 발효되는 오는 7일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마지막 경고이자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국제적 수요를 줄여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조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G7의 가격 상한제나 서방의 금융 제재가 효과를 제한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국은 비서방권 주요 소비국인 인도를 타깃으로 지정한 셈이다.
그러나 인도의 반응은 강경하다. 인도 외무부 란디르 자이스왈 대변인은 "인도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합리하다"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유럽이 전통적 공급을 전환함에 따라 생긴 시장 변화에 대응한 것"이라며, "인도는 주권국가로서 경제 안보와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이스왈 대변인은 이어 "미국 역시 러시아로부터 핵 산업에 필요한 육불화우라늄, 전기차 산업용 팔라듐, 비료와 화학제품을 지속적으로 수입하고 있다"며, 이중잣대적 비판이라고 꼬집었다.
인도는 미국과의 쿼드(QUAD) 협의체를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해왔으며 반도체 공급망·군사기술 협력 등에서도 주요 파트너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2024년 미·인도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 확대를 선언했지만, 이번 갈등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무역 구조를 보면 미국은 인도에 있어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이며 국 역시 인도산 의약품·정보기술 서비스에 크게 의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를 둘러싼 이견은 경제적 이해관계보다 지정학적 계산이 우선시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인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빠르게 확대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전체 원유 수입의 1%에도 미치지 않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2024년 들어 30~35%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보고서에선 일일 수입량 기준 세계 최대 러시아 원유 수입국은 인도라는 분석도 있다.
인도는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 후 해외로 재수출하면서 정제 마진을 확보하는 전략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 있다. 트럼프는 이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국이 인도에 대해 실제로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양국 모두 일정 부분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의료장비, 반도체, 농산물 등을 수입하고 있으며, 반대로 IT 아웃소싱, 의약품, 섬유제품 등을 대미 수출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만약 전면적인 고관세 조치가 시행되면 인도는 미국 시장 접근에 차질을 빚게 되고, 미국 역시 대체 공급선 확보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이 핵심 이슈인 상황에서 이는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도 내 수출 기업들, 특히 섬유, 철강, 자동차 부품 업계는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출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2026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재임 당시에도 중국·EU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번 인도 관세 경고 역시 국내 산업 보호와 강경 외교 이미지 부각을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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