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7월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카드업계 전반에 수익성 경고등이 켜졌다. 고금리 장기화와 소비 둔화에 이어, 규제 여파까지 더해지며 카드사들은 이중삼중의 압박에 직면했다. 업계는 신규 사업 추진 등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뚜렷한 상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 등 6개 주요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11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쪼그라들었다.
각 사가 적게는 5.5%부터 많게는 35%까지 순익이 감소한 가운데, 현대카드만 실적 하락을 면했다. 이마저도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655억원에 그쳤다.
이 같은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는 카드 이용액 증가세 둔화와 연체율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대손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6개 카드사의 상반기 대손비용은 1조945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600억원)과 비교해 10.5%(185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부터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면서 충당금 확대 적립이 불가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손비용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한 항목으로, 카드론 등 대출 상환이 어려운 고객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DSR 규제 여파로 우량고객·수수료 수익 ↓
특히 7월부터 DSR 규제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포함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기존 대출에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산한 DSR이 4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고액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이 제한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DSR 규제로 인해 월 카드 사용액이 200만원 이상인 우량고객들의 이용액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이들은 카드사 수익의 핵심 고객층인데, 이 부분이 타격을 받으면서 전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의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와 카드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 이자수익 압박도 문제다. 가맹점 수수료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력과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DSR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카드 이용액 자체가 감소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카드대출 부문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연체율 상승 우려로 인해 대출 조건은 까다롭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대출 잔액 증가세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주요 카드사들의 2분기 카드대출 연체율은 전 분기 대비 0.1~0.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PLCC 사업 확대 등 활로 찾기…성과는 ‘제한적’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사설신용카드(PLCC, Private Label Credit Card) 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PLCC는 특정 브랜드와 제휴해 발행하는 카드로, 높은 적립률과 혜택을 내세워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PLCC 사업은 대부분 유통업체에 집중돼 있고, 주요 제휴처는 이미 독점 계약을 맺은 상태라 신규 진입에 어려움이 따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는 분명 의미 있는 수익원이지만, 기존 수익 하락을 상쇄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도 관심을 끌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으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기술 개발과 해외 결제 서비스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고 기술적·시장적 불확실성이 커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중장기적 성장동력이 될 수 있지만, 당장의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비용 절감 ‘핵심 과제’
하반기 카드업계는 더욱 복합적인 리스크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DSR 규제 강화의 본격적인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카드 이용액 감소와 함께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예상된다. 여기에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가계 부채 부담 누적이 연체율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는 단기 실적 악화를 구조적인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 아래, 사업모델 다변화 및 내부 효율성 제고를 중심으로 중장기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해외 결제 인프라 확장,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 기반 신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다만, 단순한 외연 확장보다 기존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업 외형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도입, 디지털 채널 최적화, 운영비 절감 등을 통해 비용 구조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며 “나아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고객 맞춤형 상품 설계를 통해 연체율 관리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도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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