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국민의힘은 빠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첫 공식 일정으로 진보 4당과의 연대를 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 없이는 협치도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정치적 선 긋기에 나섰다. 이 예방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야권 구도 재설계의 신호탄, 정국 주도권 재편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예방 명단이 보여준 ‘정치적 생략’
정청래 대표는 5일 국회 우원식 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 진보 4당 대표들을 공식 예방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명시적으로 빠졌다.
단순한 생략이 아닌 ‘정치적 선언’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부터 “12·3 내란 기도에 대한 사과 없이는 악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을 옹호하는 세력이 국민의힘 내에 남아 있다면 협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정조사, 특검, 청문회 등의 이슈로 ‘12·3 사태’를 정국 이슈로 지속화할 가능성도 내포한다. ‘정치는 악수가 아니라 선언에서 시작된다’는 정치적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첫 공식 일정은 ‘진보 연대’…정국 재편의 서막
진보 4당은 각각 다른 정체성과 기반을 갖고 있지만, 모두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공유한다. 사회복지 확대, 검찰개혁, 권력기관 감시, 기본소득 등 주요 정책 이슈에서도 민주당과의 접점이 비교적 뚜렷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방은 시작이지만, 연대는 전략”이라며 “원칙 있는 공조를 만들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의제 연합이 본격화할 경우, 후반기 국회 운영뿐 아니라 2026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야권 공조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정 대표는 “협치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그 문을 통과하려면 헌정 책임에 대한 입장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 ‘정치적 정합성’을 협치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정중한 침묵’, 역공 시나리오 주시
국민의힘은 정 대표의 예방 일정에서 배제됐지만, 공식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적 관례상 때가 되면 연락이 올 것”이라며 대응을 유보했다. 다만 “축하 난을 전달했는데도 별도 예방 요청이 없었다”며 책임을 민주당 쪽으로 돌리는 발언도 했다.
당 내부에선 ‘예방 배제’를 계기로 ‘독선적 민주당’ 프레임을 구축하고, ‘정청래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전략 전환도 모색 중이다. ‘협치 파괴’의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하며 반사이익을 노리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침묵을 유지하든 역공에 나서든, 이 예방은 정국의 첫 갈등 지점이자 교차점으로 기록된다. 정청래 대표가 택한 ‘첫 악수’는 단절의 예고이자 새로운 정치 질서의 서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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