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15만원 시대”…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확정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20원으로 17년만에 합의로 결정한 공익위원-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헌제 상임위원, 이인재 위원장,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2026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1만320원으로 확정됐다. 인상률은 2.9%, 월급 기준 215만688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와 공익위원이 함께 합의한 결정으로, 최저임금제 도입(1988년) 이후 여덟 번째 노사합의 사례다.

고용노동부는 5일,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1만30원)보다 290원(2.9%) 오른 1만320원으로 확정 고시했다. 이는 지난달 10일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근로자·공익위원이 만장일치로 최종안을 의결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열흘간의 이의제기 기간에도 별다른 반대가 없어, 원안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인상률(2.9%)은 문재인 정부 초기(2018년 16.4%)보다는 낮지만, 최근 수년(2021년 1.5%, 2024년 2.5%, 2025년 1.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 1년 차 인상률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김대중 정부(2.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윤석열 정부 2기 경제·노동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7년 만의 노사합의, 절충의 전환점

이번 결정의 핵심은 ‘합의’ 그 자체에 있다. 해마다 격한 대립 끝에 공익위원 단독안으로 귀결되던 기존 구조에서, 사용자·근로자 양측이 모두 일정 부분 양보하며 절충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제 운영사에서 상징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올해 위원회에선 노동계가 줄곧 요구해온 ‘물가상승률 이상 인상’ 주장을 접고 2.9% 인상에 동의했고, 사용자 측도 동결 입장에서 후퇴해 이를 수용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복합 위기 속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 청년·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이라는 양측의 고충이 맞물리면서, 일정 수준의 합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제도적 과제는 여전…차등·산입범위·중장기 개편 과제

고용노동부는 확정된 최저임금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지도·감독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영훈 장관은 “노동시장과 현장 여건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여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영세 사업자 부담 완화 방안 등 장기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쟁점은 여전히 과제다. 특히 해마다 반복되는 갈등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중장기 개편 로드맵 마련과, 공익위원 제도 개선을 통한 구조적 신뢰 회복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