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시중 주요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 최대 실적을 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은행권을 향해 '이자놀이' 비판까지 이어지며 은행권은 하반기에도 비이자이익 사업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조284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2504억원) 대비 12.5%가 증가했다. 9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은행별 실적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2조26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으며 이어 KB국민은행이 2조1876억원, 하나은행이 2조851억원으로 모두 2조원대 실적을 시현했다. 이어서 우리은행(1조5573억원)과 NH농협은행(1조1879억원)이 뒤를 이었다.
주요 은행이 이 같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기준금리가 하락했지만 비이자이익 확대가 실적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5개 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1조77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21조616억원 대비 0.08%(160억원)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비이자이익은 3조2348억원으로 1년 전의 2조1886억원 대비 무려 47.8%(1조462억원)가 증가했다.
은행별 비이자이익 현황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7406억원(지난해 동기 대비 74.4%↑)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이 6732억원(지난해 동기 대비 65.7%↑)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서 △우리은행(6600억원·지난해 동기 대비 7.8%↑) △KB국민은행(5402억원·지난해 동기 대비 145%↑) △NH농협은행(6208억원·지난해 동기 대비 18.1%↑)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비이자이익을 시현한 하나은행은 "기업금융·외국환·자산관리 등 은행 핵심 사업역량의 상호 시너지 효과를 통해 △투자금융 자산 확대 △트레이딩 실적 개선 △퇴직연금 적립금 금융권 최대 증가 △공모펀드 판매 점유율 은행권 1위 달성 등 견조한 영업력을 유지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수수료 이익은 5018억원이며 매매평가익은 776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6월 말 기준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4년 말 대비 2조4000억원이 증가한 4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은행권 퇴직연금사업자 중 적립금 증가 1위를 기록했다.
자산관리 명가(名家)로 꼽히는 하나은행은 차별화된 고객 맞춤형 연금자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4월에는 은행권 최초로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카카오톡으로 제공하는 ‘하나MP(Model Portfolio) 구독서비스’ 출시했다.
아울러 업계 최초로 1억 이상 연금 VIP 고객을 위한 전문 상담센터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운영 중이며 지난 7월 말부터는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움직이는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도입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또한 하나은행은 지난 6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금(金) 실물 신탁'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금 실물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처분해 주는 ‘하나골드신탁’을 출시했다. 또한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기면 일정 기간 운용 후 만기에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하나더넥스트 마이골드운용신탁’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투자금융수수료(1158억원)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69.6%,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관련 손익(8355억원)이 71.3% 증가하며 비이자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IB 수수료 등 수수료이익 개선과 유가증권 관련 손익의 증가로 비이자이익이 증가해 금리 하락에도 마진을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시중은행 최초로 ‘가상자산 전용페이지’를 오픈했으며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실명계좌 연동 기반 고객 서비스 추가 예정이다.
또한 올해 초부터 디지털자산TF를 운영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테스트 △국가 간 지급결제 프로젝트 △'KRWSH'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 등 디지털 자산관련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알뜰폰 서비스인 ‘우리WON모바일’을 출시했다. 알뜰폰 사업은 당장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미래 핵심 고객을 유치해 록인 효과(Lock-in·묶어두기)를 기대할 수 있으며 데이터 기반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여의도 TP타워에 8번째 자산관리 특화지점인 ‘투체어스W여의도’를 개점했다. 해당 점포에선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통해 △세무 △부동산 컨설팅 △가업승계 △증여신탁에 이르기까지 원스톱(One-Stop) 금융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앞으로 우리은행은 △인문 △예술 △스포츠와 같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열어 고액자산가의 니즈를 충족해 나갈 예정이다.
6월에는 런던트레이딩센터를 오픈했다. ‘런던트레이딩센터’는 런던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운용자산 다변화가 가능해지며 국내 정책당국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추진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의 현지법인 △국내 기업의 해외 영업소 △외국인 투자자 등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금융·부동산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동시에 취득하며 비이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투자자문업'이란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금융투자상품과 같은 가치 또는 투자판단(종류·종목·취득·처분·취득/처분방법·수량 가격·시기 등에 대한 판단)에 관한 자문에 응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
NH농협은행이 투자자문업에 진출한 배경은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이자이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이자수익의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금융수익 창출이 필요했다.
NH농협은행은 투자자문업 등록을 통해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채권·펀드 등과 같은 금융투자상품 전반에 걸친 맞춤형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투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이자이익 다변화를 모색해야 했다"며,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금융수익 창출 목적으로 관련 시장에 진출했으며 은행의 기존 상품(대출·펀드·연금 등)과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1050억원의 방카슈랑스 수수료로 이익을 챙겼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685억원) 대비 53.3% 증가한 수치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KB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실적은 지난해 약 5조원이었으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방카슈랑스 비대면 가입 프로세스를 개편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11단계였던 가입 절차를 6단계로 축소하고, 주요 안내사항 화면도 고객이 더욱 이해하기 쉽도록 재배치했다.
최근에는 신탁부문도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에 자산 증여와 증여세 신고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KB골든라이프 증여플랜신탁’을 출시했다. ‘KB골든라이프 증여플랜신탁’은 고객이 자녀 및 손자녀에게 증여할 자금을 사전에 지정한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맞춤형 상품이다.
이와 함께 은퇴·상속·요양 등 시니어 토탈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KB골든라이프센터’를 서울·수도권 4개 센터에서 전국 12개 센터로 확대했다. KB골든라이프센터는 △은퇴 준비 및 노후 설계 △상속 및 증여 컨설팅 △요양 및 돌봄 상담 △헬스케어 서비스 등 시니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상담센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차원에서 비이자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리고 있다"며, "9월에 ELS(주가연계증권) 판매가 재개되고 기존의 신탁이나 연금 등의 자산관리와 방카슈랑스 등을 통해 비이자 수익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수익 다각화는 정부의 '이자놀이' 비난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한 방향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이자수익이 전체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래 리스크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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