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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월별 출생아 수는 5개월째 2만명대 추이를 유지하며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5월 누계 출생아 수는 지난해보다 6.9% 늘어난 10만 6048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9년 만에 0.75명으로 반등했던 합계출산율(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아이 수)은 올해 더 상승할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지표 개선이 곧 위기 완화처럼 해석되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낙 최악의 상황이 지속돼온 탓에 소폭의 개선세만으로도 ‘증가’나 ’반등’, ‘역대 최대’ 등의 수식어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산율이 잠깐 반등하면서 위기감이 없어졌으나 국제 비교를 해보면 여전히 위기적 상황”이라며”며 “여러 구조적 이유로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출산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혼인 건수는 지난해(22만 2000건) 전년 대비 14.8% 늘며 4년 만에 20만 건대를 회복했고 올해 5월까지 월별 혼인건수는 14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는 코로나19 확산기에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진행된 영향으로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현재 결혼·출산을 이끌고 있는 에코붐 세대(1991~1995년)가 30대 후반으로 진입하면 출생아 증가세는 급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지난해 6월 발표된 ‘저출생 추세반전을 위한 대책’이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되면서 정책 효과가 일부 반영됐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전임 정부는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6+6 육아휴직, 신생아 특례 대출 등 제도 변화가 시행됐다. 다만 정책 효과는 시차가 있어 정도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책 추진 체계는 새 정부 들어 오히려 약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AI·바이오·인구·기후대응 등 4가지 미래 국가과제를 총괄하도록 했으나 인구정책비서관 자리는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공석이다. 이전 정부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신설을 추진했던 인구부 설립 논의도 정권 교체 후 사실상 중단됐다. 조직 개편의 불확실성 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매달 열던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최근 중단한 상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소폭 반등했어도 여전히 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2023년 기준 2023년 기준 △프랑스 1.8명 △미국 1.6명 △일본 1.2명 등과 비교하면 한국(0.72명)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여성의 출산 의향은 유엔(UN) 주요 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사회적 구조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구학회장인 김정석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생 대응 정책은 정치적 중립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해 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인구 정책은 부처별로 흩어져 조정력이 없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실질적 집행 권한이 미흡하다”며 “인구는 복지가 아닌 국가 전략 사안이므로, 국가 차원의 공동 전략을 기획·추진하는 독립기구로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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