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옆, 나무 기둥에 검은 점 하나가 움직인다. 가만히 보니 딱딱한 외피에 윤기가 돌고, 머리와 몸통이 분리돼 있다.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닌 수십, 수백 마리가 일렬로 움직이며, 때론 땅 위 흙더미 위로 튀어나온다. 단순한 개미로 보이지만, 이 곤충은 ‘신고 대상’인 붉은불개미다.
2016년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된 뒤로 전국 항만, 산업단지, 택배 물류기지 주변으로 퍼지고 있다. 겉보기엔 작은 개미처럼 보이지만, 일단 정착하면 땅속에 거대한 군집을 만들고 수만 마리씩 번식한다. 성질은 매우 공격적이고, 독침에는 신경독 성분이 들어 있다. 미국에선 매년 수십 명이 이 개미에 쏘여 응급실로 실려간다.
한국에서도 이미 8개 지역에서 확인됐으며, 산책로, 놀이터, 학교 운동장, 공단 주변까지 출몰하고 있다. 나무둥치나 땅 구덩이, 콘크리트 갈라진 틈에 집을 짓고 기온이 오르면 활동성도 올라간다. 여름은 붉은불개미가 번식하고 이주하는 시기다.
붉은불개미는 어떤 생물인가… 독성, 번식력, 공격성 모두 가졌다
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는 남미가 원산지다. 몸길이는 2.5~6mm이며,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몸을 갖고 있다. 머리는 붉고, 복부는 검게 빛난다. 겉으로 보면 일반 개미와 구분이 어렵지만, 행동이 다르다. 사람이나 동물이 가까이 다가가면 집단으로 튀어나와 다리를 기어오르며 순식간에 쏜다.
쏘인 부위는 즉시 타는 듯한 통증이 생기고, 붓고 가려운 물집이 생긴다. 통증은 일반 벌보다 더 강하며, 가장 큰 문제는 독성이다. 붉은불개미의 독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체질에 따라선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나, 호흡곤란, 구토, 실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붉은불개미의 서식지는 땅속이지만, 습한 나무 구멍이나 콘크리트 틈, 전기함 속에서도 군체를 형성한다. 둥지는 대개 돔 형태로 흙을 높이 쌓아 만든다. 1개의 둥지 안에는 수천~수만 마리 일개미가 존재하며, 다수의 여왕개미가 공존할 수 있어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일반 개미처럼 한 마리 여왕이 아닌, 수십 마리가 동시에 알을 낳는다.
더 위험한 건 생존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독성 살충제에 내성을 갖춘 집단도 있고, 수로를 따라 이동하거나 선박·화물에 섞여 먼 지역까지 번식지를 옮긴다.
한국에선 어떻게 퍼지고 있나… 항만 통해 유입, 도심으로 확산 중
국내에서 붉은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건 2016년 부산항이다. 이후 평택항, 인천항, 울산항, 광양항 등 전국 주요 항만에서 발견이 이어졌다. 수입 화물 컨테이너 틈새에 숨어 들어와 이제는 항만뿐 아니라, 컨테이너를 옮긴 물류센터, 산업단지, 도로변 야산에서도 연이어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여름철 물류 이동이 많은 시기에는 항만에서 육지로의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진다. 식품 창고, 목재 공장, 농산물 창고처럼 곤충이 숨어들기 쉬운 구조물에서 자주 발견된다. 최근에는 공원 잔디밭, 학교 운동장, 심지어 아파트 화단에서도 발견됐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붉은불개미는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단시간에 ‘포식권’을 확보하고 다른 곤충을 몰아낸다. 국내 곤충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꿀벌·개미·지렁이 같은 생물종이 사라질 수 있다. 작물 뿌리도 갉아먹는 습성이 있어 농작물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기후도 이들의 번식에 우호적이다.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이면 활동을 시작하고, 20도 이상이면 본격적으로 퍼진다. 남부 해안지대, 내륙 분지, 하천변 등이 주요 번식지로 꼽힌다. 여름철 강수량과 기온이 높을수록 개체 수는 더 빠르게 증가한다.
일부 개체는 집 안으로도 유입된다. 바닥 틈, 창문 모서리, 배수구 등으로 들어와 전기 콘센트나 에어컨 배관 속에 둥지를 트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 둥지를 발견한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붉은불개미 발견했을 때 행동 요령…
붉은불개미를 발견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 개미처럼 방치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스마트폰으로 개체 사진을 촬영하고, 발견 장소 주변을 기록해둔다. 그다음은 즉시 관계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절대 맨손으로 잡거나, 치우거나, 독한 살충제를 뿌리지 않는다. 이 경우 개체가 흩어져 더 넓게 퍼질 수 있다. 주변에 알집이나 여왕개미가 남아 있다면 둥지가 다시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붉은불개미를 ‘생태계 위해우려 생물’로 지정했다. 발견 시 즉시 격리·제거 조치가 이뤄져야 하며, 개인이 제거하다가 피해를 보면 보상받기 어렵다. 각 지자체는 항만과 물류기지, 공원 등을 대상으로 정기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시민 참여 감시도 활성화하고 있다.
붉은불개미 발견 시 사진 찍은 뒤 즉시 신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포함해 붉은불개미로 의심되는 개체를 신고하면, 실제 붉은불개미로 확인될 경우 최대 3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이미 방역 중인 개체이거나 중복·허위 신고일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신고는 지자체, 농림축산검역본부 또는 110번으로 할 수 있다. 주로 항만, 물류창고, 조경지, 운동장 등에서 발견되며, 발견 즉시 사진을 찍고 가까운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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