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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의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최근 공개한 2분 길이의 뮤지컬 광고가 영국 사회를 향한 노골적인 풍자와 조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모든 게 괜찮아’(Everything is Fine)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물이 새는 천장 아래에서 한 남성이 “여긴 아무 문제 없어. 불평할 이유가 없지. 영국은 비 오는 날을 사랑하니까”라고 노래를 시작하며, 쓰레기와 쥐가 들끓는 거리, 엉망진창인 도로 공사, 그리고 터무니없는 슈퍼마켓 물가 등을 묘사한다. 결국 광고의 두 사람은 “우리는 이 배(영국)를 떠난다”며 두바이로 향한다.
코인베이스는 광고에서 “만약 모든 게 괜찮다면 아무것도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 시스템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사의 미션이 “전 세계를 위한 열린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핀테크와 가상자산 업계 인사들은 “현실을 제대로 꼬집은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마이클 잭슨은 “런던의 쇠퇴는 슬픈 현실”이라며 “이 광고는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영국의 관료주의는 지나치게 억압적이며 개인의 자유를 후퇴시키고 있다. 정책은 허술하고 정치인은 무능하며 삶의 질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기술 자문기업 티곤 어드바이저리의 헬렌 유 대표는 “규제가 덜한 곳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꽃피운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토큰베이캐피털 창립자 루시 가즈마라리안은 CNBC 인터뷰에서 “이 광고를 둘러싼 논쟁은 가상자산이 현재 주목받고 있다는 신호”라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돌아보고,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찾는 논의가 이제야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영국은 여전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금융 시스템에 통합하려는 글로벌 흐름에서 뒤처져 있다”며 “각국은 이제 금융 시스템을 재구성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광고가 현실을 왜곡하고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실제 광고 속에는 한 팩의 피시핑거가 무려 100파운드(약 17만 원)로 표시되나 실제 가격은 약 3파운드에 불과하다.
한 래딧 사용자는 “인플레이션, 정체된 임금, 붕괴된 사회 인프라에 대한 해답이 가상자산”이냐고 비꼬았고 또 다른 이용자는 “유치하고 오만하다”고 혹평했다. 일부는 “광고를 보고도 코인베이스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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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개혁당(Reform UK)의 나이절 패라지는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심지어 코인베이스조차 영국이 망가졌다고 말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보수당 전 재무장관이자 현재 코인베이스 자문위원인 조지 오스본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영국은 가상자산 1차 물결을 놓쳤다. 2차 물결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 )은 해당 광고가 노동당 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엑스에 “미국에서도 같은 테마로 광고를 진행한 적 있다”며 “기존 금융 시스템이 더 이상 많은 이들에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광고가 “영국 TV 방송사들에 의해 방영 금지됐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CNBC는 이 주장의 진위를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과거에도 영국 광고표준청(ASA)으로부터 소비자를 오도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암스트롱 CEO는 “검열 시도가 오히려 메시지를 더 확산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며 “공격과 비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코인베이스는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거래량 감소로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을 기록하며 주가가 하락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지만, 주요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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